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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성봉수
봄을 앞선 첫 비가 오는 날
덕이네 막걸리가 만원이다
그놈에 첫째가 뭤이간데,
저마다의 첫 번째를 싸들고 술도가에 모여들었다
나는 시큼털털한 막걸리를 휘휘 저어
남의 것이 되어버린 너를 베어
오늘에 털어 넣었다
이만큼 왔으면
헛헛한 물사마귀가 됐음직도 할 일인데
티눈이 되어버린 이별의 뿌리가 아직도 성성하다
어설픈 망각의 칼질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움의 핏물이 고인 끈적한 술을 넘기며
덧이라도 날까 버럭 걱정이다
내일도 비 오면 오세요
두 번째 비는 그른 일인 줄 뻔히 알면서
쥔장의 낭랑한 목소리가 실없다
추적추적 첫 빗속을 걷는 밤
뜨겁게 치미는 무엇
■ 시집『바람 그리기』에서■
-들무새 기타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mix 202302100328금봄비/바람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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