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어둔 便紙'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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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어둔 便紙15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음악. 얼추 20년전쯤 이 노래를 처음 듣고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우연이의 우연히" ☆~詩가 된 音樂~☆ 우연히 / 우연이 우연히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네 첫사랑 그 남자를 추억에 흠뻑 젖어 함께 춤을 추었네 철없던 세월이 그리워 행복하냐 물었지 아무런 말도 없이 눈물만 뚝뚝뚝 흘리는 그 사람 난 벌써 용 sbs150127.tistory.com 행복하냐 물었지 아무런 말도 없이 눈물만 뚝뚝뚝 흘리는 그 사람 난 벌써 용서했다고 난 벌써 잊어버렸다고 ... 정말 정말 행복해야 된다고 직관적인 가사와 대비되는 빠른 템포의 메타포(metaphor)로 이끌어 내는 이별의 서사. 이 감정의 극한(極限)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까... 아, .. 2024. 4. 13.
<kbs 콩> 세월 따라 노래 따라 동짓날 긴 밤을 함께 한 라디오 앱 그중에도 오랜만에 마주한 제1 라디오 '세월 따라 노래 따라' 흘러나오는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960년 발표한 음원이면, 이미자 선생 19세 때다. 지나온 세월 감춰진 영욕도 많았겠으나, 팔순을 넘긴 지금 생각하면 참 고왔던 시절이었다. 아버님. 야트막한 라디오 소리 들리는 이 시간쯤 얼핏 눈떠 두툼한 솜이불 부스럭거리며 돌아누우면, 갓을 벽 쪽으로 돌려놓은 노란 백열전구 스탠드 불빛 아래 주판을 튕기고 서류를 넘기며 뭔가를 열심히 하고 계셨는데. 역산하니 마흔아홉이셨다. 그 나이의 나도 호랑말코로 방탕하지 않고, 아빠로 남편으로 사내로 사느라고 무던 애쓴 시절이었지만 수확한 것 없는 쭉정이였으니... 당신의 시간이 새삼 존경스럽고, 건전한 성인으로 각자 .. 2023. 12. 23.
명현(瞑眩) 현상. 어쩌면 그것은 명현(瞑眩) 현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과의 이별의 순간에서 점점 멀어져 가며 한계점까지 팽창된 그리움의 고무줄. 그 한계에 이른 탄성계수가 옥죄는 고통스러운 반발. 어느 한날, 예고 없이 가슴을 후리는 바람이 불어 광인처럼 사무치는 것. 시간의 검은 칼날에 방금 베어져 인연의 도축장에 펄떡거리는 남의 것이 되어버린 따뜻한 염통에 대한 안쓰러움과, 도축장 밖 마당에 포르르 내려앉는 하얀 첫눈을 마주하는 서늘한 반가움처럼.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맞는 이 복잡하고도 단순한 이중적 감정. 그날로부터 하나씩 덧대어지는 나이테와, 그 힘으로 밀어 올리는 시간의 수액. 그리하여 새 가지가 내 몸을 찢고 나서는 탈피의 통증.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나를 숙주로 새 가지로 옮아앉는, 우화 (羽化)의 명현.. 2023. 12. 5.
충격파. 먼 곳에서 불식간에 발생한 지진에, 잠깐 들썩 들렸다가 이내 가라앉은 방바닥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변속할 틈도 없이 칠 벗겨진 과속방지턱을 무심코 건너서는 시내버스 뒷좌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먼 수평선의 정적을 바라보며 무풍의 해변을 따라 걷는 내게, '쏴아' 몰아친 집채만 한 너울성 파도처럼. 어젯밤, 그렇게 내게 닿은 충격파. 번개를 볼 틈도 없이 나타나 와당탕 흔적 없이 부서지고 만 뇌성(雷聲) 같은... 하지만 슬픈 것은, 지금의 물을 먹고 평상의 겔이 된 전분처럼. 더는 깊게 요동치지 않는 반고체의 덤덤해지는 심상과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그 얼굴에 대한... ☆~ 별 / 성봉수 ~☆ 별 / 성봉수 나는 내 안에서 너를 보나니 너도 네 안에 내가 있느뇨 나의.. 2023. 11. 6.
행복한 폭식 역시 에어컨 켜지 않고 잘 버틴 날. 갑자기 삶은 달걀을 먹고 싶어졌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없이 보낸 하루가 벌써 저물어 아랫배에서 맹꽁이 우는 소리가 요란하니, 문득 당긴 달걀의 구미를 멈출 수 없는 노릇입니다. 삶은 달걀을 생각하니 뻑뻑함을 가실 감로수도 필요합니다. 마침 네 알 남은 냉장고 달걀도 사다 놓은 지 오래되었으니 겸사겸사 집을 나서 동네 마트에 어슬렁 다녀왔습니다. 두 알은 반숙으로 나머지는 완숙으로 삶았고요, 삼월이 언니께서 퇴근하며 슬그머니 한 접시 디밀어 놓은 족발 몇 첨을 덜어 상을 차렸습니다. 완숙 네 알은 각 네 등분해 질소함량 높은 간장에 버무렸습니다. 삶은 달걀 하나면 소주 두 병을 먹던, 부글부글 끓는 막걸리에 이렇게 삶은 달걀로 마주 앉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와의 가.. 2023. 8. 17.
하늘나라 동화 딸, 피아노 앞에 모여 앉아 이 노래를 부르던 것이 어제 같은데, 시간이 언제 여기까지 왔나 모르겠구나. 너를 믿고 자존감 있게 하루하루 알차게 쓰고 날마다 발전하는 당당한 사람이 되거라 밥 잘 챙겨 먹고 다니고 건강하고. 202308152847화 91 MBC 창작동요제대상-하늘나라 동화 2023. 8. 16.
아름다울 날들을 위해. "멱국 한 그릇 퍼다 놨어요. 셋째는 이따 일어나 차려 먹는다니 그냥 한 끼 말아 먹어요" 그렇게 삼월이 언니가 출근하고 세 시간쯤 지났을까? 부엌문을 열고 마주한 식은 밥과 국. 음산한 풀섶을 헤치고 도착한 산신각, 거미줄이 출렁이는 엉성한 대들보 아래 호랑이를 타고 앉은 긴 수염의 산신님이나 칠성할매님의 탱화 앞에 올려놓은 제물이거나. 단청이 모두 벗겨진 어디 오래된 사찰 한구석 삐걱대는 마루를 섬뜩하게 밟고 올라선 명부전 부처님 앞에 고인 잿밥 같다. 그래서일까? 당연하게 레인지에 돌렸을 밥과 국을 그대로 쟁반에 담아 마주 앉았다. 하... 혓바닦을 깨물었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엄청 아프다. 유일한 아비의 능력, 축하 케이크 사주는 것. 하던 대로라면 저녁 무렵 사 오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교정 .. 2023. 8. 11.
고맙습니다. 잘 살아 있습니다. 비가 참 질기게도 오셨습니다. 해마다 겪는 장마지만, 며칠을 멈춤 없이 내리는 비는 처음 경험해 봅니다. 지척에서 지하차도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늘 오가는 길이니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 살고 죽는 것이 참 찰나의 일이구나 새삼 생각했습니다. 주검을 수습할 아량이라도 베푸는 듯 잠깐 비가 멈춘 낮. 맨몸을 면하려고 걸치고 사는 망사조끼 터진 곳을 꿰매고, 때가 꼬잘 거리는 칠 부 냉장고바지와 함께 빨아 널었습니다. 그러고는 우산을 챙겨, 어제 도중 비가 너무 많이 와 포기하고 돌아섰던 물 구경을 나섰습니다. 시내와 천변 산책로를 연결하는 우회도로 위 육교. 로프를 들추고 올라섰습니다. 지금은 우회도로가 되어 있는 다리 아래 예전 제방 길. 장마가 멈추고 나면 시.. 2023. 7. 17.
설거지통 앞의 토룡과 당랑 만고불변의 법칙,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다." 밥과 술과 차 얻어먹고 기념품 보따리 들고 돌아오는 우산 속 사내의 젖은 바짓단을 보며 생각한다. "어정쩡 앉아 엉검불 같은 몇 마디 뱉고 하루 반나절치 잡부 일당을 받았으니, '머리가 나쁘니 손발이 고생하는 것'을 자처한, 그러하여 당연한 그런 사람이 된 당신의 어제가 이래도 옳았느뇨?" 일머리를 알고 잘하는 사람이 "과방"을 보기 마련인데, 그러하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설거지통을 차고앉아 있기를 자처했던 "비겁함 혹은 이기심"을 말이다. 그러면서, 곰돌이 눈깔 단 한 달쯤, "관리직 전환"을 제안 받고 그날로 사표를 던졌던 한때 공순이 큰 애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열성 유전자 우성의 법칙"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해야, 진흙 구덩이의 토룡.. 2023. 6. 30.
열무김치. 장마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 옥상 올라가 비설거지하고 내려와 털갈이로 집안 천지에 날리는 삼월이 털 쓸면서 문득, "누님 허망하게 떠나신 지 올해 만 10년이네... 내가 얼추 그때의 나이에 닿았고..." (그제 어금니 하나를 사망 통보받고 발치 날을 잡아 놓았겠다.)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사람 목숨, 오고 가는 게 참 별거 아닌데... 6월이 다 가도록 열무김치 한 번 맛보지 못한 독거노인이 측은하다는... 시간은 밥때가 훨씬 지났어도, 생각난 김에 비 오시기 전에 장에 다녀와야겠다. 집을 나서니 멀리 사거리 노변에 천막이 보이는 것이 마침 장날이다. "열무를 귀경을 못 혀유!" 지난 어느 장엔가 한 단 3,000원 하는 것을 보았는데, 파장의 삐들 거리는 열무를 5,000원에 비닐봉지에 담아 넣으며.. 2023. 6. 25.
이 사람 저 사람. 그리고 옛 사람... 브라운관에서 보고 모처럼 안부를 묻고. 여전히 파이팅 넘치니 보기 좋고... 몇 해전, 남들은 일부러 찾아가는데 문학관을 목전에 두고 일정상 들리지 못해 서운했는데, 집 떠나니 주점 벽면에 붙은 빛바랜 광고에도 반가운 마음. 어제 박은 사진 공유받아 정리하다 잊기 전에 오늘 안부를 여쭙고, 시간을 역산하니 작가 나이 30대. 나는 술만 퍼마셨지 이 나이 되도록 뭘 했는지 자조의 질문을 읊조리고... 202306182544일 김인배- 사랑해봤으면 봉수 할배, 지난 시간 자조 말고 청탁 온 거나 얼른 써서 보내셔! 잡부 나가려면 배고파지기 전에 일단 눕자. 매실장아찌+3Kg, 식초. 2023. 6. 19.
떠나가는 것들. 어느 SNS 보관함에 백업했던 사진을 찾았다. 폰 용량 때문에 사진을 자동 백업시키고 바로바로 지웠는데, 여러 포탈마다 무료 용량도 다 쓴 후 더 이상 백업할 곳이 없어, 그 당시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다른 SNS에 계정을 만들고 필요한 이미지들만 하나하나 올려 두었는데... 그런 SNS 계정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지냈다. 함께 있던 이미지도 폰에 내려받아 살펴보니, 어머님 떠나시고 『검은 해』 출간할 무렵에 끄적거린 듯싶은데 도통 기억의 조각이 맞춰지지 않는다. 누구랑 점심 약속이었는지, 책 주문했다는 전주에 계신 분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대평벌(아마도 신도시이지 싶은데...)에 행사가 있었나 본데, 무슨 행사였는지 왜 참석하지 않(못)았는지도 기억이 없다. 그러고 이틀인가 지나고 나니.. 2023. 6. 15.
그냥저냥... 사람 노릇들 하느라 애썼고. 우연한 만남이었고 의도하지 않은 컷이었지만 이왕 박는 것, 불편한 티를 저리 내야 했는지 원... 아드님께 부탁한 지저분한 뒷머리칼 면도. 먼 남도에서 돌아온 후 찍힌 사진을 보고야... 햐, 아무리 손재주가 없기로 저리 해 놨을까? 건너채에서 돌아오며 시름 없이 삼월이 언니 까까 하나 훔쳐 입에 넣다가 똑 떨어졌는데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저녁 먹고 담배 먹으며 다리를 뻗으니 여기 달라붙어 있었네. 눈뜬장님이 별건가? 어디서 생경한 탄내가 솔솔 난다. 몇 번이나 재떨이를 열었다 닫으며 확인해도 별다른 것이 없고 방바닥으로 어디로 살펴도 찾을 길이 없는데 갑자기 배가 따끔하다. 염병, 담배 불똥이 난닝구까지 태우도록 몰랐으니... 아카시아는 후드득 피었다가 지고, 해당화도 피었.. 2023. 5. 30.
알 수 없어요. 연휴. 오래 계획했던 행사나 약속 혹은 모처럼의 여유로운 여행을 고대했던 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반가운 비 예보. 선영의 보식한 떼 외엔 기다리거나 반가울 특별한 이유 없던 비 소식. 그런데도 반갑고 기다려지던 비 소식. 딱히 손에 잡히는 무엇은 없었어도, 서재 창밖 차양에 운율 없이 자유낙하 하는 소리와 오래된 마당의 잡소리를 정적으로 집어삼키는 그 소리와 그 소리를 아우르는 바람종 소리와 한편에서 무념으로 발가벗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나와 그 모든 것이 담긴 시간의 액자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을 나를 상상하는 알 수 없는 설렘. 단편으로 정의하자면 뭔지 모를 조급함에 허둥대던 일상을 멈추는 "여유에 대한 갈증"이었지 싶은데... 잡부에서 돌아와, 이식 보름 지나 본잎 나온 호박과 여주와 .. 2023. 5. 6.
방 안으로의 탈출. 오래된 집 마당에 비껴내리는 아침 햇살을 안고 이며 뒷짐 쥐고 어슬렁거리다 보니, 봉숭아 아까징끼 이 아침, 오래된 집 벽에 작년에 채종해 심은 왕나팔꽃이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다. 맞은편 담벼락, 늘 그 자리에서 피던 같은 모양의 어머니 왕 나팔꽃. 어머니 떠나신 후 슬금슬금 줄어들 blog.daum.net 별수 없이 마당이라는 울의 끝에서 끝으로 오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제야 상동증(相同症)에 걸린 코끼리 한 마리가 내 안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틱장애에 걸려 쉼 없이 뱅뱅 돌던 남도 그 동물원의 늙은 코끼리가 말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면서 짐짓 화들짝 놀란 듯 뒷짐을 서둘러 풀고, 마당의 울에서 방 안으로 탈출하며 오늘의 울로 들어선 것이다. 2021.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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