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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종3

사랑안해 백지영-사랑안해 2022. 7. 24.
그리움에 고하다. 밤부터 종일 내리는 비.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가뭄의 염려를 덜어줄 만큼은 되는 듯 싶다. 빛을 막아 놓은 이 일상의 울 안에 웅크려 있는 것이 왠지 죄스럽다. 현관을 열어 놓고, 서재의 창도 열어 놓고 음악을 들으며 앉았다가 그마저도 가는 겨울과 맞을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싶어 처마 아래로 나선다. 빗소리와, 바람종과, 서재 창을 넘어서는 방미의 목숨을 들으며 담배를 먹는다. 왠지 모를 이 미안함과 죄스러움. 곰곰 생각하니, 그리움인듯싶다. 앙금처럼 가슴 저 아래에 얼어 웅크렸던 얼굴들, 이 비와 이 바람에, 경직된 망각의 외면이 스르르 녹아, 가슴 저린 기억의 물감이 되어 번져간다. 아, 이 비와 바람은 보고 싶음이다. 보고 싶음의 아우성이다. 나를 잊은 어제의 얼굴아…. 봄은 그리움으로.. 2021. 3. 1.
누가 시켜서 하랴만... 뿌리 끝으로 점점 말라 가는 난. 겨우내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하고도 저 혼자 꽃을 피우고 지더니 잎새 끝에서 붙기 시작한 불이 간신히 잡고 버티어 선 생명의 심지를 잘라내고 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어차피 분갈이 한번 해주지 않았으니, 어차피 제 살 파먹으며 간신히 버티고 선 형편이었다 해도. 그래서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이유이지만, 봄가을로 '들여놓았다 내놓았다' 하는 일들이 부질없다 싶어 계절이 두 번 바뀌도록 모른척하고 지냈는데... 못할 노릇이다. 결국 밖으로 내놓았다. 바람을 타고 햇볕을 안고 시원한 공기도 마시면서, 또 한 시절 살아내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단 한순간도 멈춤 없이 쏟아질까?' 아무리 장마라하지만, 지난밤엔 쉼 없이 쏟아지는 비에 사로잡혀 밤을 났다. 누가 시켜.. 202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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