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선지1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쇼윈도 앞에서 / 성봉수 쇼윈도 앞에서 / 성봉수 오일장 이른 흥정을 마친 노파가 빈 함지박을 깔고 앉아 바꾼 돈을 헤아린다 입가에 조글조글한 주름이 닭똥구녕 같다 웃음이 터질 것 같아 당황스러워라 부끄러워 몸을 돌려 그녀와 마주 섰다 그녀의 손은 정말 곱고 여리다 그날처럼 개 같은 욕정이 솟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목이 잘려 입이 없다 잘린 목 위에 어제를 번갈아 얹었다 더듬건대 너의 똥구멍은 매끄럽고 향기로웠으나 내 앞에 무너진 사정(射精)은 무정란의 거짓이었다 미뢰(味蕾)꽃이 지고 유두(乳頭)가 허물도록 기억을 핥아 물어도 대답 없는 유리벽 안의 오늘이나 다를 바 없지 않았나 목이 잘린 화석으로 마주 선 이별이 차라리 고마운 일이지 천 원에 넉넉한 바가지를 담고 덤으로 얻은 쇠기름이 담긴 비닐봉지에 선지가 뜨끈하다 오늘 저.. 2023. 1. 3.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