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녀1 생각한다. 아버님 기일. 오후 반나절 잡부 마치고 돌아와 비에 젖은 찝찝한 몸을 씻고 잠시 늘어졌다가, 그제 할아버님 제사 모신 전 몇 첨을 데워 저녁을 마친다. 배가 고팠지만, 아버님 제사를 모셔야 하니 그러고 나서 그때 채울 속을 비워 놓는 게 현명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일단 허기를 모면하고 24시간 전에 담가 놓은 설거지를 하는데 서재 컴에서 랜덤 재생시켜 놓은 음악이 '루비나'를 모시고 나온다. 나는 그때 그 눈 나리던 도심, 번성했던 상가 중앙로를 생각한다. 아버지 두툼한 검은색 양품점 순모 오버코트를 내 것으로 걸치고 발 토시로 바짓단을 옭아맨 그 거리의 나를 생각한다. 토시 아래 두 줄의 끈으로 마무리한 뾰족한 코의 주황색 구두를 생각한다. 요철 없는 매끈한 굽의 신사화, 취기가 아니었더라도 미끄.. 2023. 8. 3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