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뜨겁던 한 청년1 ★~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안갯속에서 / 성봉수 안갯속에서 / 성봉수 안갯속에 서 있는 나를 유리벽 안의 그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애당초 나란 존재는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초점을 맞출 수 없는 희미한 피사체 같은 그녀의 내일이나, 아득해진 남도 새벽 바다의 비릿한 가난 속을 걷는 계집아이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술병이 바닥으로 내려지도록 술을 따랐어도 그녀의 오늘에서 도망친 눈길은 안갯속에서 돌아올 줄 몰랐다. 그녀도 나도 묻지 않았다. 그저 술을 잡고 안개를 마셨다. 또각이는 발걸음 소리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누구도 손을 끌지도 잡지도 않았지만, 마치 오랜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안개 휘감기는 용수 속으로 서로를 던졌다. 돌아누운 맨몸은 참 쓸쓸했다. 어깨에 이는 엷은 들썩임이 안개 물결을 잠시 걷어냈지만.. 2022. 1. 1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