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안갯속에서 /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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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音樂/▒ 너의 끈

★~詩와 音樂~★ [ 시집 『너의 끈』] 안갯속에서 / 성봉수

by 성봉수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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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갯속에서 / 성봉수



 안갯속에 서 있는 나를 유리벽 안의 그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애당초 나란 존재는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초점을 맞출 수 없는 희미한 피사체 같은 그녀의 내일이나, 아득해진 남도 새벽 바다의 비릿한 가난 속을 걷는 계집아이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술병이 바닥으로 내려지도록 술을 따랐어도 그녀의 오늘에서 도망친 눈길은 안갯속에서 돌아올 줄 몰랐다. 그녀도 나도 묻지 않았다. 그저 술을 잡고 안개를 마셨다. 또각이는 발걸음 소리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누구도 손을 끌지도 잡지도 않았지만, 마치 오랜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안개 휘감기는 용수 속으로 서로를 던졌다. 돌아누운 맨몸은 참 쓸쓸했다. 어깨에 이는 엷은 들썩임이 안개 물결을 잠시 걷어냈지만 이내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담배 줄까?>< ...... >들리지 않는 걸 알면서도, 뭐라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나를 용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미안해..당신께 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엔 없어서.. ) 청자담배 은박지에 읇조려 놓고 한 알 남은 성냥과 피우지 못한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남겨 두었다. 미명의 안갯속을 걷는 새벽, 혼자서 떠나왔던 그녀의 슬픈 침묵이 스멀스멀 번져오고 그 멀리, 뜨겁던 한 청년이 지나간 길을 또 한 사내가 머언 기억의 안개를 잡고 울컥거리고 있었다.

 
20091201화안개낀새벽을홀로걸으며.

 

□ 시집 『너의 끈』에서□

-Claude Ciari - 'La playa'-

 

 

☆~ 너의 끈 / 성봉수 / 책과나무.2014년10월01일~☆

세종특별자치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지원사업 선정 작가 성봉수 지음 ㅣ 너의 끈 성봉수 ㅣ 책과나무 ㅣ 2014.10.01 ㅣ 10.000원 2014 세종시 문화예술 창작사업 성봉수 작가 시집 발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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