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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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2

이순의 귀 눈곱을 매달고 하품하며 오전을 다 보내고. 점심이 지나서야 일회용 면도기를 잡고 거울 앞에 섰다. 일회용 면도기 사용 횟수가 점점 줄어들도록 굵어진 털. 새로 꺼낸 면도기인데도 억센 털에 턱턱 걸린다. '이리 굵게 빠져나왔으니, 빠져나온 내 안은 그만큼 비어졌을까?' 문득, 어제의 조소를 생각했다. 요지경 속. 멀미 같은 울렁거림과, 반쯤 담긴 풍선 안의 물처럼 꿀렁거리던 두통은 한 시간쯤 후에 진정되었는데, 그동안에 무엇이 나를 이 요지경 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곰곰 생각하니 짚이는 것이 있다. sbs090607.tistory.com "그래, 누군가는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인생 굿즈'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찾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내 필요의 욕구가 좁혀 놓은 이기심의 .. 2023. 1. 14.
껑충 뛰어 보약. 면도하는데 피부와 입술로 분열된 경계의 턱이 뜨끔하다. '쪼르르...' 맑은 피가 흐른다. 사춘기 무렵. 이상하게 자주 쥐가 났다. 어떤 때는 멀쩡하게 잠을 자다가 갑자기 다리가 올라붙었는데... "내가 너 배서 그렇게 쥐가 자주 났는데 너도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은 뱃속에서 한 첩씩이라도 보약을 얻어먹었는데, 너 때만 못 먹었어. 그래서 그런지..." 쥐약병을 준비해 놓고 낳은 여섯째가 나였으니 태중에 보약을 못 얻어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으나, 다섯째인 바로 손위 누나에 대한 기억이 문드러졌다. "남동생 보면 빨간 구두 사주겠다"라고 했다던 정황상으로는, 손위 누나도 태중 보약은 언감생심이었던 것 같은데, "약주 드신 할아버지께서 섭골 본가로 올라가시기 전, 약 한 첩 건내주시고 가셨다"라던 어.. 202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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