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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하나.
\내 기억 속의 모과는, 왕성극장 골목 끝, 요정 "다정"의 왜식 울타리를 훌쩍 넘은 거기. 거기에 손 가는 이 없이 가지가 휘도록 까맣게 달려 있던 홍등(紅燈). \ 내 기억 속의 모과는, 떵떵거리던 양조장집 외손녀 어머님. 어머님께서 삐지고 저며 말 통으로 담가놓던 술. 권주(勸酒)가 배려고 영광이었던 시절의 다섯 사위를 위한 보약. \ 내 기억 속의 모과는, 투박하게 남긴 순간의 드로잉이거나, 청명한 수채화이거나, 덧대거나 감춰 각각의 햇살을 섞어 놓은 유화. 그 모든 정물의 부속물. 그런 모과가 자꾸 눈에 밟힌다. 가을 끝, 어디 거기서 채 마르지 않은 꼭지를 비틀어 가져다 놓은 못생긴 모과가 눈에 밟힌다. 앉아서도, 서서도,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서면서도, 내린 커피를 들고 부엌을 나설 때도.....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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