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 태그의 글 목록
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선영2

명현(瞑眩) 현상. 어쩌면 그것은 명현(瞑眩) 현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과의 이별의 순간에서 점점 멀어져 가며 한계점까지 팽창된 그리움의 고무줄. 그 한계에 이른 탄성계수가 옥죄는 고통스러운 반발. 어느 한날, 예고 없이 가슴을 후리는 바람이 불어 광인처럼 사무치는 것. 시간의 검은 칼날에 방금 베어져 인연의 도축장에 펄떡거리는 남의 것이 되어버린 따뜻한 염통에 대한 안쓰러움과, 도축장 밖 마당에 포르르 내려앉는 하얀 첫눈을 마주하는 서늘한 반가움처럼.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맞는 이 복잡하고도 단순한 이중적 감정. 그날로부터 하나씩 덧대어지는 나이테와, 그 힘으로 밀어 올리는 시간의 수액. 그리하여 새 가지가 내 몸을 찢고 나서는 탈피의 통증.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나를 숙주로 새 가지로 옮아앉는, 우화 (羽化)의 명현.. 2023. 12. 5.
연리지를 바라보며 많은 비가 올 거라는 예보. 그렇지 않아도 지난 며칠의 비에 걱정스러웠던 차라 삽을 챙겨 선영에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살아 실제, 선영을 살피러 가던 날이면 의례 도시락을 먹던 자리. 비탈진 응달이라서인지 나무 밑동은 그대로이지만 가지는 많이 벌었습니다 "연리지" 그 나무를 바라보고 서서 '엄해야 만 했던 한 남자의 숨겨둔 정을 생각했습니다.' '그 정의 깊이를 알아채지 못한 어리석었던 나를 생각했습니다.' 연리지 아래에 서서 전생과 현생과 후생을 잇는 한 몸이면서 한 몸일 수 없었던 내게서 떠나간 연을 생각 했습니다. 20200718토/선영아래시냇물소리 2020. 7. 1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