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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 아버님 기일. 오후 반나절 잡부 마치고 돌아와 비에 젖은 찝찝한 몸을 씻고 잠시 늘어졌다가, 그제 할아버님 제사 모신 전 몇 첨을 데워 저녁을 마친다. 배가 고팠지만, 아버님 제사를 모셔야 하니 그러고 나서 그때 채울 속을 비워 놓는 게 현명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일단 허기를 모면하고 24시간 전에 담가 놓은 설거지를 하는데 서재 컴에서 랜덤 재생시켜 놓은 음악이 '루비나'를 모시고 나온다. 나는 그때 그 눈 나리던 도심, 번성했던 상가 중앙로를 생각한다. 아버지 두툼한 검은색 양품점 순모 오버코트를 내 것으로 걸치고 발 토시로 바짓단을 옭아맨 그 거리의 나를 생각한다. 토시 아래 두 줄의 끈으로 마무리한 뾰족한 코의 주황색 구두를 생각한다. 요철 없는 매끈한 굽의 신사화, 취기가 아니었더라도 미끄.. 2023. 8. 30.
☆~詩가 된 음악~☆ 독백 / 산울림 독 백 어두운 거리를 나 홀로 걷다가 밤하늘 바라보았소 어제처럼 별이 하얗게 빛나고 달도 밝은데 오늘은 그 어느 누가 태어나고 어느 누가 잠들었소 거리의 나무를 바라보아도 아무 말도 하질 않네 어둠이 개이고 아침이 오면은 눈 부신 햇살이 머리를 비추고 해 밝은 웃음과 활기찬 걸음이 거리를 가득 메우리 하지만 밤이 다시 찾아오면 노을 속에 뿔뿔이 흩어지고 하릴없이 이리저리 헤매다 나 홀로 되어 남으리. 야윈 어깨 너머로 무슨 소리 들려 돌아다보니 아무것 없고 차가운 바람만 얼굴을 부딪고 밤이슬 두 눈 적시네 나 혼자 눈감는 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쓸쓸한 비라도 내리게 되면은 금방 울어 버리겠네 산울림 외출 코로나 유배의 시대.그렇지 않아도, 도식적인 외부 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개인적 ..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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