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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 마당2

올 기억, 온 기억, 부른 기억. 그해 봄비 내리던 날. 아버지는 우비를 입고 보도블록을 걷어 낸 마당에 잔디를 심으셨다. "왜 하필이면 비 내리는 날..."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날 날구지를 하시는지 알 수 없기는 퇴근하시는 어머님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거의 어두워져서야 일을 마친 아버지는 입고 있던 흙물 든 우비를 벗어 빨아 널었는데, 말렸다가 비 오는 날 도로 입으면 다 지워질 듯싶은데 왜 그러지는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봄비 내리는 마당에 아버지께서 잔디를 심으시던 그해. 아버지는 시흔 아홉이셨고, 방 안에서 종일 게임을 하던 나는 전역 대기 휴가 중이었던 스물셋의 청년이었다. 아내가 어제 건네 놓고 간 까까를 먹는데, 언제인가 맡아본 냄새다. 언제 어디로 왜 가던 길이었는지 지금은 기억 없는 그때, 잠시 차가 멈춘 곳에서 .. 2022. 3. 18.
지금 유감. 밤비 나리는 오래된 집 마당. 키가 웃자란 달맞이꽃이 척척 휘었다. 응달 아래의 담벼락. 볕을 향한 본능이었겠지만, 그 갈구가 늘인 키로 오늘이 위태롭다. 그의 이 지금을 부른 그때의 지금이 옳은 것이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만, 그때의 지금이 오늘의 지금에 이리 닿으리라고는 알 수 없었을 일이다. 지금. 어제의 노두를 무심하게 밀어내며 돋는, 오늘의 새순에 비치는 순간의 햇살일지도 모르겠다. 송창식-비의나그네_사랑이야mix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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