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뗏목 /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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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音樂/▒ 바람 그리기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뗏목 / 성봉수

by 성봉수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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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뗏목 / 성봉수


 사실 어제는 죽으려로 곡기를 끊고 누웠다
 열두 시간이 지났지만 사흘은 너끈 하게 살아 있을 것 같다
 잊기 전에 따뜻하게 한 잔 먹고 싶다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마신다
 설탕을 조금 넣었더라면 이것도 별것 아니게 옅어졌을 텐데

 속이 쓰리다
 죽기는 그른 모양이다
 먹어야겠다

 한 때의 거들먹거림
 구겨진 오천원짜리를 찾아냈다
 편의점으로 기어가 라면과 쐬주를 바꿨다
 그러고도 담배 한 갑 값을 받았으니
 또 어찌 핑계를 잡았다

 라면에 먹는 쐬주는 참 맛나다
 남은 멀국에 남은 술병을 비우며
 괴나리봇짐을 베고 누운 길동이를 만났다
 부르지도 떠나지도 꾸리지도 못하는 나
 기가 막힌 노릇이다
 메스껍다

 돛도 노도 없는 능숙한 공전(空轉)
 뱅뱅 맴돌다
 언제나처럼 반푼이처럼 웃고 말 일이다
 그래도 지금은 어지럽다
 내게서 비켜난 지축 위를
 동짓달 마지막 밤을 잡고 출렁이고 있다



 201111303341

■ 시집 『바람 그리기』에서■

-이생강 '대금 산조'-

 

 

★~바/람/그/리/기~★

♤~詩人 成奉洙의 獨白 ~♤ -2010/06/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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