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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앞에서 / 성봉수
오일장 이른 흥정을 마친 노파가
빈 함지박을 깔고 앉아 바꾼 돈을 헤아린다
입가에 조글조글한 주름이 닭똥구녕 같다
웃음이 터질 것 같아 당황스러워라
부끄러워 몸을 돌려 그녀와 마주 섰다
그녀의 손은 정말 곱고 여리다
그날처럼 개 같은 욕정이 솟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목이 잘려 입이 없다
잘린 목 위에
어제를 번갈아 얹었다
더듬건대 너의 똥구멍은 매끄럽고 향기로웠으나
내 앞에 무너진 사정(射精)은 무정란의 거짓이었다
미뢰(味蕾)꽃이 지고 유두(乳頭)가 허물도록 기억을 핥아 물어도
대답 없는 유리벽 안의 오늘이나 다를 바 없지 않았나
목이 잘린 화석으로 마주 선 이별이
차라리 고마운 일이지
천 원에 넉넉한 바가지를 담고
덤으로 얻은 쇠기름이 담긴
비닐봉지에 선지가
뜨끈하다
오늘 저녁은 엄니의 헤진 똥구녕이 피 맛을 볼 모양이다
오후의 버스정류장으로 나서는 골목 끝
쇼윈도 앞에서 담배를 빤다
201303041600월
■ 시집 『바람 그리기』에서■
-KANSAS 'Dust in_the Wind'-
바람 그리기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를 펴냈다. 「월간문학」,
www.aladin.co.kr
바람 그리기 - YES24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
www.yes24.com
바람 그리기 | 성봉수 - 교보문고
바람 그리기 |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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