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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3

귀곡산장의 아침. '아구구구...' 뻑적지근한 몸을 움찔거리며 눈을 뜹니다. 창밖이 훤합니다. '밤여 낮여?' 서재 컴에서 흘러나오는 방미의 "목숨"을 들으며 30분을 뭉그적거리다가, 폰에서 울리는 기상 알람을 듣고야 아침임을 알았습니다. 모기향 전원 코드를 모두 뽑고 현관을 나섭니다. 삼월이가 또 똥을 싸놓고 내뺐습니다. 부삽으로 똥을 챙겨 삼월이 집 앞에 옮겨 놓았습니다. 대부분은 쓰레기 봉지로 치우지만 가끔 부아가 나면 하는 짓입니다. 삼월이년은 이제 제가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비어 있고 지난밤도 바깥채 아불 안에서 잔 모양입니다. 대문 입구 골목, 벽을 타고 오른 나팔꽃. 잎이 갈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폭염에도 계절은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목장갑 한쪽을 끼고 모종삽을 챙겨 옥상에 오릅니다.. 2023. 9. 7.
그냥저냥... 사람 노릇들 하느라 애썼고. 우연한 만남이었고 의도하지 않은 컷이었지만 이왕 박는 것, 불편한 티를 저리 내야 했는지 원... 아드님께 부탁한 지저분한 뒷머리칼 면도. 먼 남도에서 돌아온 후 찍힌 사진을 보고야... 햐, 아무리 손재주가 없기로 저리 해 놨을까? 건너채에서 돌아오며 시름 없이 삼월이 언니 까까 하나 훔쳐 입에 넣다가 똑 떨어졌는데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저녁 먹고 담배 먹으며 다리를 뻗으니 여기 달라붙어 있었네. 눈뜬장님이 별건가? 어디서 생경한 탄내가 솔솔 난다. 몇 번이나 재떨이를 열었다 닫으며 확인해도 별다른 것이 없고 방바닥으로 어디로 살펴도 찾을 길이 없는데 갑자기 배가 따끔하다. 염병, 담배 불똥이 난닝구까지 태우도록 몰랐으니... 아카시아는 후드득 피었다가 지고, 해당화도 피었.. 2023. 5. 30.
나팔꽃으로. 늦은 장마가 집중호우의 양상으로 전국을 휩쓸 거란 예보. 옥상으로 지붕으로... 비설거지를 해놓고. 출정의 나팔을 기다리는 전사같이, 침묵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아침. 시간의 이끼같이 때 절은 회색 담장을 타고, 아기 나팔이 줄지어 잎을 벌은 오래된 집 마당. 이 아침의 다를 것 없는 평상의 고요가, 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로 새삼 감사함이 된다. 비의 예보같이, 내 시간의 굴레가 닿을 목적지를 알 수 있다면, 오늘이 어제보다 얼만큼이나 더 감사하고 고마움일까? 아니.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가늠하지 않는 일이겠다. 나팔꽃을 바라보는 내가 아닌, 그냥 오늘에 핀 나팔꽃으로…. 이문세-가로수 그늘에 서면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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