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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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어둔 便紙

그냥저냥...

by 성봉수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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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노릇들 하느라 애썼고.

 우연한 만남이었고 의도하지 않은 컷이었지만 이왕 박는 것, 불편한 티를 저리 내야 했는지 원...

 아드님께 부탁한 지저분한 뒷머리칼 면도. 
 먼 남도에서 돌아온 후 찍힌 사진을 보고야...
 햐, 아무리 손재주가 없기로 저리 해 놨을까?

 건너채에서 돌아오며 시름 없이 삼월이 언니 까까 하나 훔쳐 입에 넣다가 똑 떨어졌는데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저녁 먹고 담배 먹으며 다리를 뻗으니 여기 달라붙어 있었네. 눈뜬장님이 별건가?

어디서 생경한 탄내가 솔솔 난다. 몇 번이나 재떨이를 열었다 닫으며 확인해도 별다른 것이 없고 방바닥으로 어디로 살펴도 찾을 길이 없는데 갑자기 배가 따끔하다. 염병, 담배 불똥이 난닝구까지 태우도록 몰랐으니...

 아카시아는 후드득 피었다가 지고,
 해당화도 피었다 지고 또 피고...

 덜 떨떠름한 맛 가기 직전의 무른 멍게에 고무줄 같은 짜장면에 소주로 이과두주로 여전한 혼술이고,
 밥 챙기기 귀찮아 떡볶이에 김밥을 시켜 분식집에 앉기도 하고.

 부모님 종이 신주가 색 바래가는 모습에 죄스럽던 마음,
 초파일 법회 다니러 간 김에 소지하고 지장전 인등으로 모셨으니 후련하고.

 12시 반 전화 받고 나가 매운탕으로 시작해 도야지까지,
 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지던 비.
 술 먹기 좋았던 날.

 하필이면 첫 나팔꽃이 밤새 쏟아진 비와 함께했다. 그 모습이 딱하더니, 오늘 아침 또 한 송이가 벌고 낮달맞이꽃도 처음 폈다.
 물기를 감당 못 한 가지들이 척척 휘었는데, 그중에도 번 꽃들에 대한 경외.

 
 202305292902월
 Bert_Kaempfert-His_Orchestra-Happy_Trumpeter2023
 얼라? 날 밝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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