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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2

미국 돼지. 징그럽게 더웠던 날. 종일 물을 먹었어도 밤늦도록 가시지 않는 갈증. 잡부 일당 마치고 돌아와 마당 샘에서 쉰내 나는 몸을 씻는데, '어이쿠나!' 수건 챙겨 오는 것을 깜빡했다. 사위가 쨍쨍한데, 빨랫줄에 걸린 수건 떼느라 알몸 행차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땀에 전 찝찝한 옷을 도로 입고 나설 수도, 물 묻은 몸으로 새 옷을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낭패다. 마침, 옆방 아줌마 퇴근시간이니 조금 기다려보기로 하자. 평소보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대문 열리는 기척이 없다. 예라이, 모르것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서 있다가 알몸으로 잽싸게 나서 수건을 챙겨 샘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추 10분 남짓 그렇게 엉거주춤 서 있자니, '옆방 아줌마건 건너 채 아줌마 건, 알.. 2021. 6. 11.
[詩와 音樂]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 성봉수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 성봉수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물러서지 않는 어둠과 닿이지 않는 햇살 사이에 웅성이는 99℃의 침묵입니다 이별에 젖은 기억의 수건에 덮여 꿈에서도 아물지 않는 가슴 아린 딱정이입니다 한겨울 산모롱이에 돋은 푸른 달래 순이기도 하고 시래기가 되어서도 겨울 낙수에 벌거벗고 고드름이 되어버린 무청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같은 크기의 방에 앉아 만든 주사위의 육면체와 같은 오늘에서 나와 내일로 견고히 엮이는 어제의 이름입니다 싱거운 웃음대야에 담긴 섧은 눈물 우리의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 시집 『 너의 끈 』에서 ■ 조덕배「꿈에」 2020.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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