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래기3 지랄, 퍽도 헌다. \"딱! 또르르~" 친정에 효도하러 다녀온 삼월이 언니의 꾸짖음이, 마당을 돌아 서재 창문에 튕긴 후 김장 뒷설거지를 하느라 샘에 쭈그려 앉은 내 오른쪽 귀에 쓰리쿠션으로 명료하게 부딪친 후 왼쪽 귀로 굴러떨어진다. "빨래 널을 건 디, 여기다 시래기를 걸어두면 어떡햐!" ("...") \마지막으로 빤 갑바를 옥상 빨랫줄에 널고 내려오며, 어제 김장 전 무 다듬고 씻어 물기 빠지라고 빨랫줄에 일렬로 걸어 두었던 시래기. 담그는 배추가 속이 안 차 얼마 안 되니 섞어 담으려다가, 갓도 안 넣는 마당에 까딱하다가는 쓴맛 우러나 김장 잡칠까 싶어, 그냥 시래기로 말리기로 한 무청. 그래서 씻어 물기 빠지라고 우선 걸어두었던 무청. 그 사이에, 모아 옮겨 걸 세탁소 옷걸이 몇 개를 듬성듬성 미리 걸쳐 놓는 데,.. 2023. 12. 4. 구라. 잡부 나가 주워 온 무 새싹. "아니, 그걸 뭐 하려구유?" '집에 가져다 심게요' "애이구, 돼두 안 어유. 누가 솎은 무를 심어유. 고연히 가져갔다가 마나님께 지청구 먹어유!" 현장 쥔 댁 할머님께서 소복하게 올라온 무 싹을 솎아 버렸는데, 그 버린 것 중 딱 10개를 가져와 심었다. 무더기로 심어 놓고, 대가 바로 서는 차례로 화분에 하나씩 옮겨 심었다. 옮겨 심고 지극정성으로 물 주고, 액비 주며 하나도 실패 없이 가꿨다. "반 만 제대로 크면 짐장하는데 가욋돈 들일 필요 없겠네" 뻬뜨콩 땅으로 떠나면서도 "다 키워놓은 놈 얼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수은주가 -6℃까지 떨어진다니 더는 홑 부직포를 믿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마대를 챙겨 옥상에 올라가 넙죽 감사의 묵례 올리고 기대에 부푼 맘.. 2023. 12. 1. [詩와 音樂]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 성봉수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 성봉수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물러서지 않는 어둠과 닿이지 않는 햇살 사이에 웅성이는 99℃의 침묵입니다 이별에 젖은 기억의 수건에 덮여 꿈에서도 아물지 않는 가슴 아린 딱정이입니다 한겨울 산모롱이에 돋은 푸른 달래 순이기도 하고 시래기가 되어서도 겨울 낙수에 벌거벗고 고드름이 되어버린 무청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같은 크기의 방에 앉아 만든 주사위의 육면체와 같은 오늘에서 나와 내일로 견고히 엮이는 어제의 이름입니다 싱거운 웃음대야에 담긴 섧은 눈물 우리의 그리움은 늘 그만큼입니다 ■ 시집 『 너의 끈 』에서 ■ 조덕배「꿈에」 2020. 6. 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