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나가 주워 온 무 새싹.
"아니, 그걸 뭐 하려구유?"
'집에 가져다 심게요'
"애이구, 돼두 안 어유. 누가 솎은 무를 심어유. 고연히 가져갔다가 마나님께 지청구 먹어유!"
현장 쥔 댁 할머님께서 소복하게 올라온 무 싹을 솎아 버렸는데, 그 버린 것 중 딱 10개를 가져와 심었다.
무더기로 심어 놓고, 대가 바로 서는 차례로 화분에 하나씩 옮겨 심었다. 옮겨 심고 지극정성으로 물 주고, 액비 주며 하나도 실패 없이 가꿨다.
"반 만 제대로 크면 짐장하는데 가욋돈 들일 필요 없겠네"
뻬뜨콩 땅으로 떠나면서도 "다 키워놓은 놈 얼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수은주가 -6℃까지 떨어진다니 더는 홑 부직포를 믿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마대를 챙겨 옥상에 올라가 넙죽 감사의 묵례 올리고 기대에 부푼 맘으로 속살을 보고자 하는데...
"ㅍㅎㅎㅎㅎ~"
이런 구라가 있나?
초등학교적 사생대회 나갔던 충렬탑 뒤 공동묘지 옆 황토밭에서 서리하던 무.
'응차' 힘줘 뽑을 정도로 깊숙이 박혔던 무.
당최 그 무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평상적으로 햇볕 쐰 대가리가 푸른색이고, 그 부분은 전체 크기에 많아도 ¼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니, 적어도 땅 위로 솟은 만큼은 박혀있으리라 기대하며 뽑아 들었는데... 구라다!
흙 밖으로 나온 것이 크기의 전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개는 팔뚝만 해서 채 썰 감은 된다. 나머지는 총각 무 크기에서 알타리 무 크기까지, 옮겨 심은 순서대로 작다. 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뽑아 무청째 동치미를 담글걸 그랬다.
영양가가 다 잎으로 갔는지, 무성한 잎 덕분에 계절 내 속았다.
방향이 시래기였다고, 내게 구라칠 밖엔.
202311302659목
오늘 설거지하며 흥얼거린 음악,
남인수-애수의 소야곡(mix 주현미 ver)
설사약 먹으려면 이만 누워봅세.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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