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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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5

행복한 폭식 역시 에어컨 켜지 않고 잘 버틴 날. 갑자기 삶은 달걀을 먹고 싶어졌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없이 보낸 하루가 벌써 저물어 아랫배에서 맹꽁이 우는 소리가 요란하니, 문득 당긴 달걀의 구미를 멈출 수 없는 노릇입니다. 삶은 달걀을 생각하니 뻑뻑함을 가실 감로수도 필요합니다. 마침 네 알 남은 냉장고 달걀도 사다 놓은 지 오래되었으니 겸사겸사 집을 나서 동네 마트에 어슬렁 다녀왔습니다. 두 알은 반숙으로 나머지는 완숙으로 삶았고요, 삼월이 언니께서 퇴근하며 슬그머니 한 접시 디밀어 놓은 족발 몇 첨을 덜어 상을 차렸습니다. 완숙 네 알은 각 네 등분해 질소함량 높은 간장에 버무렸습니다. 삶은 달걀 하나면 소주 두 병을 먹던, 부글부글 끓는 막걸리에 이렇게 삶은 달걀로 마주 앉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와의 가.. 2023. 8. 17.
공공의 잡부. "시를 쓰셔야지 왜 일을 다니셔요..." 오래전 카트리지 전자담배가 나오던 초창기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이 불었을 때, 그때 '입고되면 알려주십사' 편의점 여사님께 문자 남겼는데. 내 폰 문자 발송에, "시인 성봉수 아룀"이라고 사전 설정되어 있던 것을 깜빡하고 그냥 보냈었는데, 그 이후 잡부 마치고 귀가하며 누더기에 장화를 터벅터벅 끌며 담배 사러 들릴 때마다 건네주시는 덕담. 오늘. 오전 짧은 잡부 마치고 변함없이 담배 사러 들렸는데, "유튜브에도 시 올리시죠?" '아... 녜, 어찌 아셨어요?' "제가 유튜브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니까 시인님이시데요. 늘 보고 있고 좋아요도 눌러요." '어이쿠 고맙습니다!' 내가 이래서 근래의 사진은 가급적 올리지 않는데, 이거 어디 가서 허튼소리했다가는 손가락질받기 .. 2023. 6. 19.
가인(佳人)의 흔적을 잡고. " 오래된 집 마당에 내린 조각 볕이 사라진 휴일 늦은 오후. 나는 그제야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서서 면도 자리에 화장수를 바르고 있다. 서재 컴퓨터에서 종일 흘러나오는 음악. 랜덤의 음악이 '미소라 히바리'에 닿았다. ☆~ 일본의 이미자 노래 모음/ 미소라 히바리 노래모음/ 바람 그리기~☆ 01) 戀人よ(연인이여) 02) 川の流れのように(흐르는 강물처럼) 03) 釜山港へ歸れ(돌아와요 부산항에) 04) 悲しい酒(슬픈 술) 05) みだれ髮(흐트러진 머리) 06) 裏町酒場(뒷골목[우라마찌]술집) 07) blog.daum.net 순간, 내 가슴 한쪽이 우르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인. 그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음악을 들으며, 그의 화려했던 어제와 보잘것없는 나의 오늘이, 죽은 자와 산.. 2021. 6. 20.
☆~ 詩가 된 音樂 ~☆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 노고지리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조그만 액자에 화병을 그리고 해바라기를 담아놨구나 검붉은 탁자의 은은한 빛은 언제까지나 남아있겠지 그린 님은 떠났어도 너는 아직 피어있구나 네 앞에서 땀흘리던 그 사람을 알고있겠지 조그만 액자에 화병을 그리고 해바라기를 담아놨구나 검붉은 탁자의 은은한 빛은 언제까지나 남아있겠지 그린 님은 떠났어도 너는 아직 피어있구나 네 앞에서 땀흘리던 그 사람을 알고있겠지 그린 님은 떠났어도 너는 아직 피어있구나 노고지리 1984 너의 끈 - 교보문고 블로그 《바람 그리기》에서 영상시로 알려진 성봉수 시인이 2012년부터 E-Book으로 소개했던 시들을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한 권으로 묶 www.kyobobook.co.kr 2020. 10. 23.
★詩와 音樂★ 카라멜마끼아또 / 성봉수 카라멜마끼아또 / 성봉수 찻잔을 바라보고 앉아 커피가 하얗게 다 식어가도록 그 사람을 바라봅니다 쓸쓸함이 깊다 병이 되어 까맣게 타버린 가슴으로 거울이 된 제 등을 안고 울던 사람입니다 익모초보다 더 쓰게 절여진 외로움이 그 사람이 되어버린 머언 그대의 그림자를 불러 억울하게 통곡하던 사람입니다 거품이 되어버린 삭은 이별의 기억을 잡고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사랑의 흔적이라 믿으려 하던 사람입니다 하면서도 서럽게 울던 날은 믿을 수 없노라고 달달하게 애써 웃던 거품 같은 사람입니다 단맛을 믿던 사람입니다 단맛이었다 믿고 싶어하던 사람입니다 누구나 한 번은 빈 몸이 되어 건너야 하는 강가에 서서 쓴 커피 같던 이별의 기억을 고아 달달한 캐러멜 같은 자해의 배반을 맛보려던 사람입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입안에서..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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