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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 마당에 내린 조각 볕이 사라진 휴일 늦은 오후.
나는 그제야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서서 면도 자리에 화장수를 바르고 있다.
서재 컴퓨터에서 종일 흘러나오는 음악.
랜덤의 음악이 '미소라 히바리'에 닿았다.
순간,
내 가슴 한쪽이 우르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인.
그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음악을 들으며,
그의 화려했던 어제와 보잘것없는 나의 오늘이,
죽은 자와 산 자, 이미 죽은 자와 죽을 자의 상면 앞에 시간이라는 존재의 담벼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벼락같이 서글퍼지는 것이었다.
떠난 이가 바라보던 하늘도 푸르렀겠고,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이 하늘도 푸르르다.
그 도도한 푸르름이,
새삼 서글픈 것이다.
누구 할 것 없이 '털썩' 손 놓을 시간의 모래.
내가 움켜쥔 모래알이 얼만큼이나 남았는지,
갑자기 서글퍼지는 것이다.
남들은 잠 안 온다고 마다하는데,
커피를 몇 잔째 먹는지 모르것다.
저녁 먹으려면 쌀 팔아와야 하고, 떨어진 식모커피도 사다 놓아야 하고...
종일 꼼지락거린 것 같은데,
눈에 띄는 것은 빨래 한다라 한 것밖엔 없네.
미소라 히바리-裏町酒場(뒷골목[우라마찌]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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