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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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변죽

by 성봉수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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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올해 들어 처음 '유홍초'한 송이가 폈다.
 병원 외래진료 마치고 지친 허리를 끌며 집으로 돌아오다 "섭골 작은 할머니 댁 울에 해마다 장관이었던 추억"을 말씀하시는 어머님과 함께 철도 보선 뒷길에서 씨를 받아왔던 그 아기별꽃이 폈다.

 


 어머님이 심고 기르신 "창포"가 올해도 죽지 않고 한 대궁 솟은 화분 위에, 작년 떨어진 씨앗이 새 우주를 열었다.
 반갑고도 슬프다.



 그러더니 오늘은 진보라의 나팔꽃이 폈다.

 

오늘의 한 컷 _나팔꽃(진보라) ⓒ 詩人 성봉수

[나팔꽃_20210613_110459_오래된집마당] ▶본 이미지는 광고를 열람하는 방문자님의 후원으로 저작권 없이 무료 배포합니다◀ 詩人 성봉수 아룀

sbs210115.tistory.com

 


 작년보다는 이른 듯싶은데,
 여름도 그만큼 빨리 닿았다는 말이겠지.

 꽃이 피어 이제 정말 여름이다.

 

 지난겨울 함께했던 온열기를 들이고 선풍기를 내놓아야 할까 보다.


 오 가는 이 없어 격식 차릴 일 없는 독거노인이지만,
 밤으론 아직 춥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 뼈마디가 쑤셔오지만,
 그래도 선풍기는 꺼내 놓아야 할까 보다.
 이 또한 반갑고도 슬프다.


가장 짧게 사는 찰나의 연이,
 무량한 자연의 순행 앞에 반갑고 슬퍼하는 변죽의 꼴.
 아, 웃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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