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 성봉수
보았느뇨!
이 당당한 귀환을
권태의 손을 잡고 떠난 바다
일탈의 격랑을 헤치고 난 다시 항구에 닻을 내렸다
애초에 목적지 없이 떠난 망망대해,
나의 자아는 침몰하여 천 길 어둠의 심연으로 추락하거나
삶의 미련이란 부유물에 매달려 오늘을 애원할 꼬락서니였겠다
하지만 보아라,
나의 배는 난파하지도 침몰하지도 못하였구나
그저 별빛도 없는 절명의 어둠 속에 발가벗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고함을 치다가
더러는 울기도 하고 낄낄낄 웃기도 하였을 뿐
나를 존재하게 하는 세상의 모든 오물로부터의 배반
왜곡과 가식의 서 푼 체면으로부터 철저하게 나를 버리고
퀭한 육체와 앙상한 관념의 실증에 충실하였을 뿐
나는 내게 기만되지 않음을 증거하여 어르었다
바다의 끝, 칠흑의 절벽에 닿을 때까지
아, 황홀한 광기여
보았느뇨!
이 당당한 귀환을
나는 반 푼어치쯤 깎인 체면의 옷깃을 도도하게 세우고
왜곡과 가식의 미소를 자못 건들건들 머금은 채 오늘에 닿았다
세상의 모든 오물 속으로 늠름하게 나를 기만하였다
20130930월
■ 시집『바람 그리기』에서■
-나훈아 '건배'-
바람 그리기
성봉수 저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 [월간문학],[문예운동],[백수문학],[한올문학] 등 전국의 문예지 등에 발표하였던...
바람 그리기
성봉수 저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 [월간문학],[문예운동],[백수문학],[한올문학] 등 전국의 문예지 등에 발표하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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