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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탓이 아니다 / 성봉수
벽 앞에 서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며
돌아섰습니다
가끔은
당신 탓이라 했습니다
이 잘난 세상 탓이라고 말입니다
지나고 보니
내 안으로 접고 돌아서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습니다
난 아주 가끔
벽 앞에 버티고 서서
대가리로 치받고 온 힘을 다해 주먹질도 합니다
그러면 깨지고 벗겨진 자학의 몸뚱어리에서
꽁꽁 여며 화석이 되어가던 가식과 부정의 울혈이
툭, 터져 버립니다
나는 내 안에서 나온 그 비겁한 오물을
아주 통쾌한 마음으로 벽에 처바릅니다
그런다고 벽이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고름이 되어가던 검은 피가 빠져나간 자리에
뜨겁게 차오르는 선홍의 비린 박동을
포기가 관조가 되는
낯 뜨거운 변명과 외면
지나고 보니
누구나 제일 쉬운 일은
안으로 접고 돌아서는 일이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나를 벗고 벽 앞에 외칩니다
내 탓이 아니다,
그보다 더 가끔은
어째서 내 탓이냐고,
내 탓이 아니라고 대듭니다
201310102401목
너 때문이야/김남훈
■ 시집 『 바람 그리기 』에서 ■
김남훈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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