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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성봉수
히득히득 이 시답지 않은 것이 첫눈이란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세상의 빠듯한 허리띠를 반쯤은 풀어도 좋을 일이다
아무렴, 멀었던 약속을 당기고 잊혔던 기억을 꺼내고
따끈한 사께나 찻잔을 마주할 이 기똥찬 핑계
익숙한 얼굴에 묻어 둔 아린 이름이 눈으로 날리면
잡은 손도 없는 이별의 잔을 만들어
휘청이는 헛발도 아름답다
첫눈이 나린 이 좋은 날
나는 선지 한 바가지를 천 원에 사 들고
가을을 나서는 어머니의 허리춤을 바짝 움켜쥐었다
하늘을 볼 수 없는 나의 오늘
눈은 땅에서 솟는 고드름
아, 너는 언제부터인가
시답지 않은 가난의 돌부리가 되어버렸나
20181118월
■ 시집 『 바람 그리기 』에서 ■
닥터 지바고「라라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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