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도착한 두 번째 현장.
2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이웃한, 화원을 겸한 꽃집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순간,
"왜! 내 이름만 덕선이냐고!"
해마다 언니 생일에 함께 차려지는 자기 생일상에 분노하며 고함치던,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이 떠오르며 웃음이 빵 터졌다.
1984년 Georagge benson이 처음 부른 이 노래,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후에 westlife를 비롯한 여러 가수가 커버하긴 했지만, 1987년 부른 Glenn medeiros의 버전이 응팔에 삽입되었는데, 극 중에는 경주행 수학여행 기차에서 따라 부르는 장면에 노출되며 뭇사람에게 다시 관심받는 곡이 되었다.
Georagge ben의 곡을 어쩌다 듣게 되면,
"고개를 옆으로 25˚쯤 기울이고 음악의 리듬에 맞춰 고개를 말 대가리처럼 꺼덕거리던 삼월이 언니"의 모습이 어김없이 떠오르고는 했는데,
오랜만에 들려오는 이 음악에서 "성덕순 양의 고함치는 모습"이 떠오르니 적지않이 당황스럽다.
이질의 대상이 뭉쳐짐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각인.
결국, 불가역적으로 견고한 화학적 결합은 아닌 듯싶다.
잡부에서 돌아와 어찌어찌하다 저녁상을 차리고 보니 11시가 훨씬 지났다.
삼월이 언니께서 덜어 놓고 간 족발을 보니 자연스럽게 썩은 물이 떠오르는데, 연거푸 술밥을 먹기엔 부담스럽고...
밥을 레인지에 돌려 함께 차리고 빨간 이슬이 반병 반주로 먹고,
그 자리에서 똑 떨어졌다 깨났다.
주말 내 비가 온다는 예보.
큰 누님 기일에 맞춰 내일 묘소에 다녀오려고 했더니,
적게 온다는 오늘 아무래도 미리 다녀와야 할 듯싶네.
202311040538토
Glenn medeiros-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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