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그런 날이 있어요 /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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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音樂/▒ 바람 그리기

★~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그런 날이 있어요 / 성봉수

by 성봉수 2020.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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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어요 / 성봉수

 


유난히 그런 날이 있어요

그래서 슬그머니 일상을 나서

홀로 술잔에 숨고 싶은

그런 날이 있어요

그런 유난스러운 밤이면

인적 끊긴 거리를 유령처럼 나서요

 

 

이런 유난스러운 날엔

이성의 닻을 끊고

찢긴 인연의 돛에 발가벗고 매달려

가슴이 저미도록 쓸리고 밀리며 떠다니다

그리움의 노도가, 봉인된 부정의 방이란 방마다

콸콸 우르르 쏟아져 들면

마침내 포장마차 구석에 쓸쓸하게 침몰하여요

 


절망이 뒤덮인 암흑의 펄에 닿아서야

마른오징어를 쪽쪽 찢어 어금니에 물고

처음 미소부터 마지막 악수까지

질겅질겅 씹어 망각의 침을 뒤섞으며

부정의 방들을 담담하게 봉인하고

오늘로 떠오르는 일인데

 


그런 날이 있어요

유난스러운 오늘 같은 날 말이어요

처음부터 한쪽 구석이 찢겨 있는 세상 같은

어느 것도 여밀 수 없이 유난스럽게 아픈

그런 날이 있어요

 

 

 

201510122509월 둥지포차에서
Snowy White의 Bird of paradis를 들으며 쓰고
201511112727수깁다

 

 

■ 시집 바람 그리기에서 ■

Snowy White 「Bird of par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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