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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대가리 잡부인데도 평소보다 얼추 한 시간을 일찍 마쳤다.
흘린 땀의 총량이야 그런저런 날의 종일과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점심을 못 먹었다.
먹긴 먹어야겠는데,
참 덥다.
주소의 첫머리에 "안(內)"자 가 붙은 골목길 산 아래 첫 집.
그러니 문명의 오염에 대한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 일 듯싶어 텃밭에 기댄 담장에서 챙겨 온 호박잎.
원래는, 엊저녁 한 달 치 끓여 냉장고에 넣어둔 된장국에 보탤 생각이었는데,
적당한 놈은 우선 쌈 싸 먹기로 했다.
강된장을 찌는 동안 탈수 돌려놓은 속옷 나부랭이를 널고 엊저녁 설거지를 하고,
강된장을 꺼내고 강된장 만드느라 덜그럭거린 것들 씻어 치우는 동안 호박잎을 찌고.
큰 것은 쌈 싸 먹고 작은 것은 찍어 먹고.
엊저녁 먹고 남은 콩물로 국을 삼았으니, 모든 면으로 모자람 없는 성찬이요,
건강한 밥상이다.
배는 불러 좋다만,
일 보러 나갔다 와야 하는데,
불알이 추욱 늘어지게 더우니 11호 자가용에 의지해 바깥 걸음 하기가 거시기 허네.
Bert_Kaempfert-His_Orchestra-That_Happy_Feeling(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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