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대가리 잡부 부려 세 군데 현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오야.
점심 갈비탕값과 편의점 2+ 커피값을 보태도 지출 총량이 돈 십만 원도 되지 않는 영양가 있는 하루다.
두 번째 현장 폐기물을 하차하다 긁힌 못.
심심찮게 있는 일인데도 상처 자체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것이, 이번엔 뭔가 기분이 께름칙하다.
일하는 내내 "못 밟은 다음 날 파상풍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급사한 어떤 멀쩡하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점심 먹고 반 대가리 일당 받고 헤어져 터벅터벅 걸어 병원에 들렀다.
'네 시간 전이니, 아홉 시쯤인디유?'
"아이고, 바로 오셨어야 했는데 어디 상처 좀 봅시다!"
찢어진 바지를 손가락으로 벌려 보여주며 그냥 파상풍 주사나 한 대 맞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진료실 침대에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자세(간호사 아줌마의 "걷어 올리던지 벗으던지…."라는 말에 행동이 그리되었다)를 잡았는데,
"아픕니다. 파상풍뿐 아니라 다른 잡균에도 감염되었을 수 있으니 상처를 확실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벌겋게 독이 오른 상처 부위를 핀셋으로 사정없이 헤집는다.
"음... 상처 모양이 좋지 않네요."
헤집은 상처 위에 베타딘 거즈를 벅벅 문대고 드레싱을 마무리한다.
"물 대면 안 되고요, 상처 확인하게 이틀 후에 다시 오세요."
주사실.
"엉덩이 주사예요."
'이렇게 하면 됩니까? 아픈가요?'
"녜, 조금 아픕니다. 많이 문지르세요"
주사실 커튼 뒤 침대에 한쪽 손을 짚고 나머지 한 손으로 한쪽 엉덩이를 까 엉거주춤 있는데, 사정없이 볼기를 친다.
얼마나 차지게 연속적으로 치는지 찰싹 소리가 온 병원에 울린다.
'아이고, 볼기치시는 게 어째 감정이 묻어있는 거 같은디유?'
"깔깔깔~~~. 그건 아니고요, 주사를 너무 아파하시는 것 같아서요. 깔깔깔깔~"
처방한 약 받아 집으로 돌아왔는데 씻기는 해야겠고...
위생 팩 한 장 뽑아 재주부렸다.
하루 지났으니 생각 같아서는 당장 모두 떼어내고 싶은데,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드레싱 하신 정성을 생각해 오늘 하루만 더 쇼해야겠다.
예정에 없던 저녁 초대.
이빨이 없으니 "괴기 사준다"라는 사람이 많은지...
입에서 살살 녹는 괴기에 맛난 술에 냉면까지 호사하고.
인력거를 끌지 않았어도, 칠만 환이나 번 날.
'문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껑충 뛰어 보약. (0) | 2021.07.29 |
---|---|
월하리 공동묘지 (내 발 내놔~!!!) (0) | 2021.07.23 |
된장 맛이 된장 맛이지 별겨? (0) | 2021.07.14 |
개무시하는 개. (0) | 2021.07.09 |
우리 아빠, 뒤통수 스파이크 "빡!" (0) | 2021.07.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