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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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알 수 없어요.

by 성봉수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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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한 장마 중에 오랜만의 개인 날.
 많은 비에 어르신들 흉한 꼴은 안 당하셨는지,
 선영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딱,
 예상한 곳에 예상한 만큼의 물골만 났으니, 폭우에 노심초사하던 걱정은 내려놨습니다.
 비가 더 온다니, 물골 난 곳 윗대 조상님부터 차례로 손보며 부모님께 내려왔습니다.
 지난봄.
 두어 차례 오가며 보식했던 법면과 고라니가 지랄해 놓았던 봉분.
 산중턱에서부터 양동이로 퍼다 날라 보식한 잔디 위에 복토해 놓았던 것, 애쓴 보람도 없이 다 쓸려 내려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보식한 떼는 모두 붙어 있어 그중 다행입니다. 맘으로는 다시 복토하고 오려고 가져갔던 양동이. 뒤질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날은 어찌 그리도 덥고, 잡부 나서는 긴 옷 챙겨 입고 장화까지 신고 갔는데도 뭐가 그리 물어 싸는지 몸은 여기저기 근질거리고...
 밥이 떨어져 아점으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나섰더니, 앞선 물골 작업에 힘이 다 빠져 숨이 턱에 찼기도 했고요.


 '아직 땅이 무르고 물골도 패였을 텐데, 내일 갈까?'
 망설이다가 그냥 갔는데요,
 역시나...

 산 아래까지 가는 길이 차 빠지기 딱 좋게 물골이 구불구불 파여 물이 콸콸 흐르고요,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피해서 가느라 길 아닌 진창에서 헛바퀴가 도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몇 차례 있었는데요... 무사하게 인사 잘 올리고 왔습니다./

 산 아래 몇 해 전 돌아가신 김 씨 아저씨.
 아버님과 제가 사초 갈 때면 꼭 찾아 올라와 아버님과 약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던 김 씨 아저씨.
 자제분 학비 걱정에 아버님 도움도 받았고요, 부모님 안택지 모실 때엔 제게 도움도 주셨던 김 씨 아저씨.
 그 아저씨 집 뒤 복숭아밭을 지나치며 생각했습니다.

 '자식들 키워가며 이 손바닥 만한 복쌍 밭 장만하느라 흘린 땀이 바다 같을 텐데, 봄에 지날 때 객지 사는 장남이 전지는 하는 것 같더니만 이 꼴이 되었네...'

 결국 산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앞뒤 볼 것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자기 능력의 현재를 살다 가면 그뿐인...

 


202307192900수
양하영-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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