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리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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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위리안치

by 성봉수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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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물 프로필에서

 오돌개처럼 검던 머리칼.
 자고 나면 쑥쑥 자라는 데다가 반 곱슬이니 마치 파마를 한 것과 다를 것 없었으니, 오죽하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소리를 했을까?

 특별히 작정하고 기른 것은 아니고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그리되었는데, 왜 예술가들의 머리칼이 극과 극인지 자연스럽게 이해되기도 했던 시절.

 

 

 이젠 나이를 먹으니 하는 행동은 그대로인데 머리칼은 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한 몇 해를 집에서 직접 탈색제로 머리통에 불이 나도록 못살게 굴었더니, 이젠 그 후유증으로 정수리 부분에 탈모 증상까지 보인다.

 "스트레스성 탈모"이기를 바랬지만, 상태가 그냥 그대로이니 자업자득이다.



 잘 자라지도 않는 데다가 반 곱슬이니 마치 찜질방 양 머릿수건이라도 두른 듯 개판 오 분 전이다. 겨우내 벙거지를 쓰고 다니다가 친구와 술자리가 있던 그날따라 맨 머리칼로 나갔는데, 화장실에 들러 마주한 거울 앞에 모습이 가관이다. 자리로 돌아오며 "참, 꼴이 상급 그지일세!" 했더니 친구가 입을 귀에 걸며 배를 잡고 웃는다. 말은 안 하고 있어도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들었던 듯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참 비정상적이긴 해도, "선생님처럼" "택시기사 아저씨처럼" "이웃집 길 건너 김 씨처럼" 머리칼을 깎았다. 참 멀겋다. 그래도 빡빡으로 밀지 않았으니 기특한 일이다.



 잡부 나가 현장 유리창에 비친 모습.

 

 대굴빡만 신사니, 참 어울리지 않는다.


 토요일, 잡부 오야.
 트럭 옆자리에 올라탔는데 평소답지 않게 마스크를 꼼꼼하게 챙겨 쓰는 것이 이상하다. 기침까지 한다.
 '코로나 아녀?'
 눈만 꿈먹거리며 묵묵부답이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글렀고, 월요일에 코로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한댜. 그리되면 다 자비 진료해야 되고 무엇보다 초기에 검진해서 약 먹어야 된댜!"
 오야를 모시고 신속 항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모셨다.
 "확진"

 어쨌건, 그 후로도 하던 일 다 마치고 귀가하며 사정 얘기를 했더니,
 옆 방 아줌마께서 펄쩍 뛰며 뱉은 첫마디.
 "화장실 가러 건너오지 마요"
 '어쩌라고???? 소피야 그렇다 쳐도 고양이도 아니고 화단에 구덩이 파고 볼 수도 없고, 신문지 깔고 모아둘 수도 없고, 떵을 어쩌러고?'

 검사키트 하나를 디밀고 가셔서 검사하니 다행히 한 줄이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확진자이니 감염이 이상할 것도 없는 노릇이다만,
 아차 하면 대굴빡에 머리칼 다시 덮이도록 위리안치될 뻔했다.

 

 
 Billy Vaughn-Whe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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