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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2

재미들리다. 아홉 시에 혼자 울었을 부재중 전화와 그보다 앞서 여덟 시 오십 팔분에 도착한 sns. 그러니 똑 떨어진 시간이 최하 여덟 시 오십칠분이었다는 얘기인데... 묵힌 설거지 막 끝낼 무렵 전화 받았을 때, 때맞춰 쏟아지는 비. 덕분에 좀비 영화 속 군중 안에 숨어든 보균자처럼 유령 같은 자폐의 초췌한 나를 우산 안에 감추고 길을 걸어 작년 연말 이후 새해 들어 마주한 첫 술상. 아직 탄성계수를 회복하지 못한 쪼그라진 창자. 안주도 남기고, 칼국수 저녁상도 비우지 못하고, 차도 마시지 않고 우산 질질 끌며 귀가. 옷 갈아입고 이 벅벅 닦으며 서재 기웃거리다 오늘을 접으며 내려앉은 안방 난방텐트 안. 번쩍 눈 뜨니, 새로 네 시 반도 아니고 새로 두 시 반도 아니고 열두 시 반이다. "낮여? 밤여?" 낮이건 밤.. 2024. 1. 4.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뗏목 / 성봉수 뗏목 / 성봉수 사실 어제는 죽으려로 곡기를 끊고 누웠다 열두 시간이 지났지만 사흘은 너끈 하게 살아 있을 것 같다 잊기 전에 따뜻하게 한 잔 먹고 싶다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마신다 설탕을 조금 넣었더라면 이것도 별것 아니게 옅어졌을 텐데 속이 쓰리다 죽기는 그른 모양이다 먹어야겠다 한 때의 거들먹거림 구겨진 오천원짜리를 찾아냈다 편의점으로 기어가 라면과 쐬주를 바꿨다 그러고도 담배 한 갑 값을 받았으니 또 어찌 핑계를 잡았다 라면에 먹는 쐬주는 참 맛나다 남은 멀국에 남은 술병을 비우며 괴나리봇짐을 베고 누운 길동이를 만났다 부르지도 떠나지도 꾸리지도 못하는 나 기가 막힌 노릇이다 메스껍다 돛도 노도 없는 능숙한 공전(空轉) 뱅뱅 맴돌다 언제나처럼 반푼이처럼 웃고 말 일이다 그래도 지..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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