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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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운수 좋은 날.

by 성봉수 202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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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대가리 잡부 부려 세 군데 현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오야.
 점심 갈비탕값과 편의점 2+ 커피값을 보태도 지출 총량이 돈 십만 원도 되지 않는 영양가 있는 하루다.

 

 


 두 번째 현장 폐기물을 하차하다 긁힌 못.
 심심찮게 있는 일인데도 상처 자체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것이, 이번엔 뭔가 기분이 께름칙하다.
 일하는 내내  "못 밟은 다음 날 파상풍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급사한 어떤 멀쩡하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점심 먹고 반 대가리 일당 받고 헤어져 터벅터벅 걸어 병원에 들렀다.



 '네 시간 전이니, 아홉 시쯤인디유?'
 "아이고, 바로 오셨어야 했는데 어디 상처 좀 봅시다!"
 찢어진 바지를 손가락으로 벌려 보여주며 그냥 파상풍 주사나 한 대 맞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진료실 침대에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자세(간호사 아줌마의 "걷어 올리던지 벗으던지…."라는 말에 행동이 그리되었다)를 잡았는데,
 "아픕니다. 파상풍뿐 아니라 다른 잡균에도 감염되었을 수 있으니 상처를 확실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벌겋게 독이 오른 상처 부위를 핀셋으로 사정없이 헤집는다.
 "음... 상처 모양이 좋지 않네요."
 헤집은 상처 위에 베타딘 거즈를 벅벅 문대고 드레싱을 마무리한다.

 

 


 "물 대면 안 되고요, 상처 확인하게 이틀 후에 다시 오세요."

 주사실.
 "엉덩이 주사예요."
 '이렇게 하면 됩니까? 아픈가요?'
 "녜, 조금 아픕니다. 많이 문지르세요"
 주사실 커튼 뒤 침대에 한쪽 손을 짚고 나머지 한 손으로 한쪽 엉덩이를 까 엉거주춤 있는데, 사정없이 볼기를 친다.
 얼마나 차지게 연속적으로 치는지 찰싹 소리가 온 병원에 울린다.
 '아이고, 볼기치시는 게 어째 감정이 묻어있는 거 같은디유?'
 "깔깔깔~~~. 그건 아니고요, 주사를 너무 아파하시는 것 같아서요. 깔깔깔깔~"

 처방한 약 받아 집으로 돌아왔는데 씻기는 해야겠고...
 위생 팩 한 장 뽑아 재주부렸다.

 

 


 하루 지났으니 생각 같아서는 당장 모두 떼어내고 싶은데,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드레싱 하신 정성을 생각해 오늘 하루만 더 쇼해야겠다.




 예정에 없던 저녁 초대.
 이빨이 없으니 "괴기 사준다"라는 사람이 많은지...

 


 입에서 살살 녹는 괴기에 맛난 술에 냉면까지 호사하고.

 

꽃집이니, 예의상 꽃차를 시켰는데 맛은 글쎄다….


인력거를 끌지 않았어도, 칠만 환이나 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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