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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몸인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성봉수
빈 몸인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버릴 것도 채울 것도 없이
머릿속의 기억도 하얗게 텅 빈
그런 사람 내게 오면 좋겠다
빈손으로 마주 앉아 젖무덤 털렁이고 불알 두 쪽 달랑거려도
동냥의 빵 한 조각에 배부른 트림이 나오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게으른 눈곱을 마주 보며 웃음보가 터지는
가난한 내 고독에 어울릴 목마른 사랑 하나 만나고 싶다
만나서 얼쑤 얼쑤 입을 맞추고
가릴 것 없이 밤낮으로 뒹굴고 싶다
보고 싶을 때 보고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고
덕지덕지 때 절은 손이라도 원 없이 잡을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무인도를 꿈꾸지 않아도
공중변소 구석진 곳에 박스이불을 덮고서라도
마주 보면 신이 나는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빈 몸으로 타오르면 좋겠다
그런 사랑 내게 오면 좋겠다
■ 시집『너의 끈』에서■
-조수미, 엄정행 '동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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