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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 / 성봉수
유난히도 더웠던 그해 여름
처진 어깨를 잡아끌며 기어가던 퇴근길에
어느 창 밖으로 비추이는 불빛으로 하여
나는 멈추어 서고 말았는데
삼생의 어느 순간에선가
앞서 간 데자뷔의 매듭을 잡고서 말이다
정작 고개 숙여 뒤돌아서서
망각과 기억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내 그림자와 나와 내 등 뒤의 불빛을 꾀어
주판알을 튕겨 몫을 지우고
손 발가락 다 꼽아 검산을 해도
낙서가 되어버린 기억의 창가에 불빛을 마주하면
거짓말 같이 가슴을 후리는
서러운 이름
201008242926
■ 시집『너의 끈』에서■
-조영남 '불 꺼진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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