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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해 들어 처음 '유홍초'한 송이가 폈다.
병원 외래진료 마치고 지친 허리를 끌며 집으로 돌아오다 "섭골 작은 할머니 댁 울에 해마다 장관이었던 추억"을 말씀하시는 어머님과 함께 철도 보선 뒷길에서 씨를 받아왔던 그 아기별꽃이 폈다.
어머님이 심고 기르신 "창포"가 올해도 죽지 않고 한 대궁 솟은 화분 위에, 작년 떨어진 씨앗이 새 우주를 열었다.
반갑고도 슬프다.
그러더니 오늘은 진보라의 나팔꽃이 폈다.
작년보다는 이른 듯싶은데,
여름도 그만큼 빨리 닿았다는 말이겠지.
꽃이 피어 이제 정말 여름이다.
지난겨울 함께했던 온열기를 들이고 선풍기를 내놓아야 할까 보다.
오 가는 이 없어 격식 차릴 일 없는 독거노인이지만,
밤으론 아직 춥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 뼈마디가 쑤셔오지만,
그래도 선풍기는 꺼내 놓아야 할까 보다.
이 또한 반갑고도 슬프다.
가장 짧게 사는 찰나의 연이,
무량한 자연의 순행 앞에 반갑고 슬퍼하는 변죽의 꼴.
아, 웃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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