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가는 길.
운무가 가득한 길.
차령 고개를 지나간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도착한 현장, 장승처럼 오래된 집 마당에 버텨선 이끼 낀 늙은 감나무.
이 마당을 들고 난 시간의 무엇을 이토록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걸까?
대문에서 현관으로 이어진 디딤돌이 아니더라도 이끼 가득한 마당을 보니 늘 젖어 있는 모양인데, 남향 집인데도 왜 땅이 늘 젖어 있을까?
인분 냄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웃에 축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정체불명의 불쾌한 냄새가 진동한다. 고단했던 어느 시절에 논배미 끝에 집칸 마련하느라 평생을 애썼겠지만,
노파 혼자 지키고 있는 고가의 모습이 귀곡산장과 다를 것 없는 형편이다.
잠을 잔다고 했어도 시간 반 누웠다 나선 잡부. 불쾌한 냄새까지 보태져 신경이 예민해졌다.
이틀째 가는 같은 현장.
오늘은 먼 산에서 울렁이던 운무가 짙은 안개로 코 앞에 밀려온다.
일 시작 전,
호박넝쿨 늘어진 집 담장과 논과 경계를 이룬 대추나무밭 사이 폐쇄된 길에 노파가 타준 식모커피를 잡고 풀썩 주저앉아 담배를 먹는다.
사람의 감각기관 중 가장 예민하며 둔한 것이 후각이라더니, 어제 그토록 불쾌하던 냄새가 희미하다. 잠을 충분하게 잔 덕분일까?
어쩌면 그 불쾌한 냄새의 정체가 내 몸(이든 정신이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우리 집 오래된 마당.
내 둔한 평상의 감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불쾌한 냄새는 없는 건지... 보이지 않는 내 속눈썹을 염려한다.
논배미에 나란히 붙은 이웃한 두 채 중 끝에 한 채는 양옥으로 개축했고 담배 먹으며 어슬렁거리다가 마주 선 가운데 고가.
수숫대에 황토를 이겨 만든 벽과 문간방 풍경.
내 살림이 아니니 이 또한 정겹다.
돌아오는 길.
가로수와 벼 이삭의 빛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건들바람이 부니 정말 가을로 들어섰다.
202309월첫날금
남택상_사해-여름날의 추억 mix 미소
최민자 선생님 환우는 어떠신지... 생각.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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