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구구...'
뻑적지근한 몸을 움찔거리며 눈을 뜹니다. 창밖이 훤합니다.
<6시>
'밤여 낮여?'
서재 컴에서 흘러나오는 방미의 "목숨"을 들으며 30분을 뭉그적거리다가, 폰에서 울리는 기상 알람을 듣고야 아침임을 알았습니다.
모기향 전원 코드를 모두 뽑고 현관을 나섭니다.
삼월이가 또 똥을 싸놓고 내뺐습니다.
부삽으로 똥을 챙겨 삼월이 집 앞에 옮겨 놓았습니다. 대부분은 쓰레기 봉지로 치우지만 가끔 부아가 나면 하는 짓입니다. 삼월이년은 이제 제가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비어 있고 지난밤도 바깥채 아불 안에서 잔 모양입니다.
대문 입구 골목, 벽을 타고 오른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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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갈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폭염에도 계절은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목장갑 한쪽을 끼고 모종삽을 챙겨 옥상에 오릅니다.
화분에 배추 모종, 복을 돋워주고 돌아서려는데 마당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뭐 하는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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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에 잡초 아니고요, 이것저것 심은 겁니다. 하긴, 잡초니 꽃이니 구분하는 것도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의 잣대이지만...
삼월이언니께서 삼월이 집 앞에 옮겨 놓은 똥을 부삽으로 긁어 화단에 던지려다가 움찔 놀라 현관 쪽에 집어던지고 줄행랑칩니다.
삼월이 년, 현관 앞에 볼일 보려고 웅크리다가 내 호통에 깜짝 놀라 내빼는 꼴이랑 똑 닮았습니다.
'개똥 치우는데 열심이지 말고 개털투성이인 바깥채나 그리 하실 일이지...'
내가 잡부 마치고 술밥 먹고 와 어찌 쓰러져 어찌 잠을 잤건,
아침이 되어 새날은 밝고 계절은 뚜벅뚜벅 가고 있습니다.
기온이 참 좋습니다.
죙일 이 정도이면 좋을 일이지만, 아니어도 불편하지 않을 일입니다.
잡부 없는 날.
오늘 분명 뭔가 하고자 한 일이 있는데, 그게 뭐였는지 생각하는 중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202309070708목
우연이-사랑만 해요
배고푸닷!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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