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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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백로 무렵에...

by 성봉수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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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로.

 낮으론 계속되는 폭염이라지만 그늘 안에 들면 건들바람이 불며 그럭저럭 차분해지는 날씨.
 여지없는 백로다.

 잡부 마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마당을 둘러싼 이웃 건물들 탓에 떨어지는 해 몇 조각이 뒤늦게 산란하고 있다.


 바지랑대를 휘감고 오른 같은 넝쿨에 매달리지 못하고 땅 꽃의 된 나팔꽃 한 송이,


 저 혼자 서쪽의 지축을 열고 뒤바뀐 아침을 맞고 있다.


 백로다.

 발치 끝에서 머뭇거리는
 백로 무렵의 어설픈 가을
 답신 없는 연서에도 쓸쓸하지 않을 만큼
 아직은 견딜만한...

- 시집 『바람 그리기』중「백로 무렵에」에서 -

 

 백로다.


 마당 한 편의 감나무,
 갈변한 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옥상 배추 모종에 물 주고 내려와 커피 한 잔 타고 숨 돌리는 동안,
 SNS 대문을 시 「백로 무렵에」로 바꿔 걸었다.

 

 

★~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백로 무렵에 / 성봉수

백로 무렵에 / 성봉수 돌림병처럼 별안간 밀려온 산란散亂하지 못하는 흐린 날의 낙조 여름의 단호한 추락은 기다린 이의 황홀한 절망이지 가을이 왔다고 가슴을 열어 쓸쓸함을 여미는 사람들

sbs150127.tistory.com


 그렇게 땀이 식고,

 샘에서 뿌리는 물이 서늘하다.
 샘에서 물 뿌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바람 그리기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역사, 창간 61년의 현존하는 최고령 종합문예지 《백수문학》의 편집장인 성봉수 시인이, 세종특별자치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지원사업 작가로 선정되어 2014년에 발간했던 《너의 끈》에 이은 두 번째 시집.《월간문학》,《문예운동》,《백수문학》,《한올문학》 등 전국의 문예지 등에 발표하였던 글들과 미발표 신작 시들을 모았다. 특히, 《물 한잔》.《차 한 잔》.《술 한 잔》.《하얀 밤》으로 나누어 실은 시들에서 알 수 있듯, 일상에서 느끼는 담담한 소회에서부터 존재의 근원을 고민하는 깊은 사색의 시까지 여러 형태의 다양한 깊이의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등단 26년의 시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시인의 창작 기법은 《대중과의 소통》을 이유로 《친절한 해설서》로 변질한 요즘의 시작 풍토에 고민을 던져주는 《진솔한 울음》들을 담고 있다.시집의 발간이, 성봉수 시인의 울음을 통해 치유를 경험한 독자와 지인들에 의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감정의 정화》를 맛보게 하려는 요구와 참여로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이유이다.
저자
성봉수
출판
책과나무
출판일
2016.12.01

 

 

 
 20230908금백로
 리처드 크레이더만-가을의 속삭임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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