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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낮으론 계속되는 폭염이라지만 그늘 안에 들면 건들바람이 불며 그럭저럭 차분해지는 날씨.
여지없는 백로다.
잡부 마치고 들어선 오래된 집 마당.
마당을 둘러싼 이웃 건물들 탓에 떨어지는 해 몇 조각이 뒤늦게 산란하고 있다.
바지랑대를 휘감고 오른 같은 넝쿨에 매달리지 못하고 땅 꽃의 된 나팔꽃 한 송이,
저 혼자 서쪽의 지축을 열고 뒤바뀐 아침을 맞고 있다.
백로다.
발치 끝에서 머뭇거리는
백로 무렵의 어설픈 가을
답신 없는 연서에도 쓸쓸하지 않을 만큼
아직은 견딜만한...
- 시집 『바람 그리기』중「백로 무렵에」에서 -
백로다.
마당 한 편의 감나무,
갈변한 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옥상 배추 모종에 물 주고 내려와 커피 한 잔 타고 숨 돌리는 동안,
SNS 대문을 시 「백로 무렵에」로 바꿔 걸었다.
그렇게 땀이 식고,
샘에서 뿌리는 물이 서늘하다.
샘에서 물 뿌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20230908금백로
리처드 크레이더만-가을의 속삭임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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