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켜서 하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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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누가 시켜서 하랴만...

by 성봉수 202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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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 끝으로 점점 말라 가는 난.

 겨우내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하고도 저 혼자 꽃을 피우고 지더니 잎새 끝에서 붙기 시작한 불이 간신히 잡고 버티어 선 생명의 심지를 잘라내고 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어차피 분갈이 한번 해주지 않았으니, 어차피 제 살 파먹으며 간신히 버티고 선 형편이었다 해도.

 그래서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이유이지만, 봄가을로 '들여놓았다 내놓았다' 하는 일들이 부질없다 싶어 계절이 두 번 바뀌도록 모른척하고 지냈는데...

 못할 노릇이다.

 

 결국 밖으로 내놓았다.

 바람을 타고 햇볕을 안고 시원한 공기도 마시면서,

 또 한 시절 살아내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단 한순간도 멈춤 없이 쏟아질까?'

 아무리 장마라하지만, 지난밤엔 쉼 없이 쏟아지는 비에 사로잡혀 밤을 났다.

 누가 시켜서 하는 짓이겠냐만,

 서재 책상에 앉아 자는 것도 깨 있는 것도 아닌 가면.

 이따금씩 '어구구구' 신음으로 곧아가는 몸에 대답하며 말이다.

 바닦에 안경이 벗겨져 떨어진 것도 모르고 그렇게 밤새 절구질을 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짓이랴만,

 내 명줄 한 가닥씩 끊어내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창 밖이 훤하다.

 사람들 돌아다니기 전에 얼른 나가서 담배 사 와야겠다.

 

 

 

 

 202007132926월

 낙수소리... 바람종소리...점점분주해지는행길의자동차소리...

 처음으로광고를달아본날.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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