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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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뭔가, 힘듦.

by 성봉수 202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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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이다.
 하룻밤 꿈속에 두 사람이 죽었고, 두 사람이 모두 인척이었고, 그 앞다툰 죽음의 제례 절차에 선후를 가려야 하는 불가피한 현실의 선택을 두고 나 스스로가 짐 진 그 강박감이 숨을 가쁘게 했던, 악몽이었다.
 악몽에서 돌아온 나는 "찿을 이 없는 명절에 손 놓은 늦은 잠에 대한 원초적 불안감이었다"라고, 모닝담배를 미루도록 엉망인 처음인 생시의 감정을 합리화했고, "사자 꿈은 길몽이니 로또 사는 날"이라고 합리화하며 감정의 뒤끝을 단도리했다.

(중략)

 마당 텃밭에 불쑥 솟은 무 줄기를 살피던 장인께 고개 조아리고, 아내가  명령한 전달물을 건네고 이내 돌아 나오는 내 손을 잡는 처남,
 '어제 인정이가 전화했는디, 일단 집에 들어오면 퍼져서 일어나기가 싫찮어!'

 (중략)

 동네 공터에 받쳐 놓은 차로 내려와 시동 걸고 마스크를 고쳐 쓰면서(행략)아내의 음흉한 호들갑의 앞뒤가 그려졌다.
 "진짜죠? 그러면 당신이 성묘 다녀와서 바로 전해드리고 와야 해요!"

 (중략)

 추석 장바구니물가를 평가하는 tv 뉴스에서 "폭등한 물가에 최소한의 격식만 차려 준비한다"는 보도가 있던 이번 명절.
 아내는 저녁 늦도록  기름 냄새를 풍겼고, 어느 해 어느 때보다 제물을 높게 고였다. 아니, 고인 것은 처음인 듯싶다.

(중략)

 1시간 전, 30분은 족히 걸렸을 좌회전 차로를 기억하며, 처가를 나와 1번 국도와 마주하는 사거리에서 구도로를 택해 직진 가속페달을 밟는다. 구도를 지나 다시 1번 국도와 합류하는 신호등 앞에 마주하기까지 "살갑게 마주 보며 누구에게도 건네지 않은 추석 덕담"의 이번 외면에 대한 찝찝함을 생각했다. 그 찝찝함에 첫 번째로 매달린 얼굴, 일가친척의 안부를 떠올렸다. 그때, 된장 받으러 황당하게 나타났다가 어머님 용채만 드리고, 없는 된장에 황당하게 돌아간 작은 외숙모의 당황했던 맨얼굴을 떠올렸다.

 (중략)

 "내일이라도 죽을 날"
이라는 내가, "치매"를 걱정하는 요즘을 생각했다.
 "감추지 못하는 감정에 이내 폭발하는 행동"
그 폭력적인 젊은 날의 내가 치매의 내게 발현되면 어쩌나... 걱정하던 요즘의 나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송곳만 한 틈 하나 없이 단칼에 명줄 놓으신 냉정한 아버님과, 단지 '과거와 현재라는 시점의 혼동을 가끔 보이신 애교스러운 드문 때'의 어머님을 생각하며 "안도의 기우"를 잡아들였다.

 (하략)
 

 

 왜 이렇게 싫은지 모를 일이다.
 뭔가를 끄적거려 내 흔적을 남긴다는 것,
 요즘들어 경멸하도록 싫다.
 뭔지는 모르지만 병이 도졌다.
 그 경멸을 뚫어 시간을 마주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끄적거리다가,
 컴에 랜덤 재생시킨 이 음악에 닿았을 때,
 끄적거리던 글을 싹 지워버린다.

 
 송창식_밤 눈


 추석 달맞이.
 만월이라는 거듭된 보도,
 "염병이닷!"
 월출 시간 10 분 전부터 기다리다가 10분 후에 포기하고 돌아섰다.


뭔지,
왠지,
 모르지만
억울하고 쓸쓸하고

슬프다

...

 

 -by,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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