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귀빠진 날.
네이놈에서 "5년 전 오늘 업로드한 파일을 확인하라"라는 알림이 온다.
17 개의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 앞에,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손자를 바라보는 어머님이 계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놈을 두고 어찌 가셨을까...'
생일날, 이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한 놈.
미역국이나 끓여 놓아야겠다고 달그락거리는데,
고삼월 여사께서 슬그머니 나와 바깥채 댓돌에 엎드려 계시다.
지 언니 퇴근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꼼짝 안 하는 지지배가 무거운 궁딩이를 끌고 행차하신 것을 보면,
콧구멍을 벌렁거릴만한 자극이 있었음이다.
딱히 줄 것이 없으니 입장 곤란해서 눈을 안 마주치려 벽 안쪽으로 숨어 꼼지락거리는데,
올려보는 꼴이 가관이다.
이게 가이 눈여?
별 재미가 없었는지, 한동안 앉았다가 되돌아 우리로 돌아갔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어렵게 행차하셨는데, 그냥 되돌아가는 것을 보니 괜히 딱하다.
'까까줄까?'
나지막이 읊조린 목소리를 용케 알아듣고 0.1초 만에 다시 뛰어나왔다.
국을 달이느라 레인지에 약하게 불을 켜 놓고 거실로 들어와 앉았는데,
나를 바라보며 망부석이 된 고삼월 여사.
모른척하기가 민망하다.
새벽에 하나 주었으니 오늘 정량은 채웠는데...
사탕 하나를 더 얻어 잡수시고야 협박의 얼음땡을 해제하셨다.
삼월이에게 효용이 된 것이 나인지 까까인지 모르겠다만,
잉여와 불필요인 내 오늘의 존재를 실체 하는 의미에 삼월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듯싶다.
Bert_Kaempfert-His_Orchestra-That_Happy_Feeling(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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