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귀빠진 날.
네이놈에서 "5년 전 오늘 업로드한 파일을 확인하라"라는 알림이 온다.
17 개의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 앞에,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손자를 바라보는 어머님이 계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놈을 두고 어찌 가셨을까...'
생일날, 이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한 놈.
미역국이나 끓여 놓아야겠다고 달그락거리는데,
고삼월 여사께서 슬그머니 나와 바깥채 댓돌에 엎드려 계시다.
지 언니 퇴근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꼼짝 안 하는 지지배가 무거운 궁딩이를 끌고 행차하신 것을 보면,
콧구멍을 벌렁거릴만한 자극이 있었음이다.
딱히 줄 것이 없으니 입장 곤란해서 눈을 안 마주치려 벽 안쪽으로 숨어 꼼지락거리는데,
![](https://blog.kakaocdn.net/dn/bYE79Z/btq8s7E3tMT/yzVvA6zqMqptno5WvY2Ewk/img.jpg)
올려보는 꼴이 가관이다.
이게 가이 눈여?
![](https://blog.kakaocdn.net/dn/bRwAFu/btq8wlV6dwQ/IcNcFwTHfghK7DAN4ciiFK/img.jpg)
별 재미가 없었는지, 한동안 앉았다가 되돌아 우리로 돌아갔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어렵게 행차하셨는데, 그냥 되돌아가는 것을 보니 괜히 딱하다.
'까까줄까?'
![](https://blog.kakaocdn.net/dn/cunRq6/btq8vQI3gWU/wBDwhhZ8NU6BZ9enRMI5e0/img.gif)
나지막이 읊조린 목소리를 용케 알아듣고 0.1초 만에 다시 뛰어나왔다.
국을 달이느라 레인지에 약하게 불을 켜 놓고 거실로 들어와 앉았는데,
나를 바라보며 망부석이 된 고삼월 여사.
모른척하기가 민망하다.
새벽에 하나 주었으니 오늘 정량은 채웠는데...
사탕 하나를 더 얻어 잡수시고야 협박의 얼음땡을 해제하셨다.
삼월이에게 효용이 된 것이 나인지 까까인지 모르겠다만,
잉여와 불필요인 내 오늘의 존재를 실체 하는 의미에 삼월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듯싶다.
Bert_Kaempfert-His_Orchestra-That_Happy_Feeling(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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