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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밥을 파하고 친구가 사준 불란서 아침을 옆구리에 끼고 터벅터벅 돌아옵니다.
지하도 입구에서 잠시 생각합니다.
"굴속으로 들어가는데,
굴속인데,
왜 굴 밖보다 밝을까?"
그리고 생각합니다, "기준과 시야와 왜곡"
내 관념의 깊이가 선입관의 담장이 되고,
그 담장의 높이나 차지하는 넓이가 기준이 되고,
그 안에서만 나는 바라보고 판단하게 될 터이고,
울 밖의 무수한 싹과 가시를 익숙하지 않은 이유로 불편해하겠고,
그만큼의 크기로 나는 속거나 동조하며 외면하겠고...
씻지 않아도 될 만큼 땀 흘리지 않은 짧은 외출.
나는 「별을 먹다」를 남의 얘기로 한참을 듣고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좍좍 물 뿌리고 샘에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젖은 머리칼을 털어내며 생각합니다.
'소인배로 살지 말아야지'
'지금'이라는 구실로 한 줌도 안 되는 명예를 틀어쥐려는 욕심을 '최선'이라고 합리화시키며 발발거리지 말아야지. 잠시잠깐을 쫓아 누구처럼 추저분해지지 말아야지.
적어도,
나는 달라야지.
202309121134화
한인희-잊고 산 것 이 노래, 징그럽게도 좋더니...
술밥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마주한 풍경.
이것저것 꼼지락거리며 허투루 보내지 않은 하루,
흔적으로 남은 것을 보니 하루가 참 별것 아니었네. ㅎ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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