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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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7

평행이론 비 오는 밤. 취객의 발길도 끊긴 이 길의 북쪽 끝에 서서 담배를 먹으며, 소식 끊긴 옛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북쪽 끝 여기서 가까운 어디, 지금은 이름도 휘발한 그 분식점에 내가 주선한 소개팅에 나서면서, 셔츠 윗주머니에 거북선 담배를 호기롭게 꼽고 나갔던 친구. 그래서 "불량 학생"으로 보기 좋게 걷어차인 친구. 자리잡은 모든 곳과 상황마다 늘 유리(遊離)되어 떠돌던 부잣집 장남 친구. 알 수 없는 번호들로 어쩌다 안부를 물어오던. 생사불명이던 어느날, 오래전 가정에서도 유리되고 생보자 신분으로 알콜중독 치료소를 들락거린다는 풍문을 마지막으로 들은 친구. 자수성가한 부모님, 완고한 기대의 목줄을 버텨내지 못하고 떠돌이 개로 자유를 선택한 친구. 비루먹은 잡종 개 꼴로 어느 시장바닥 쓰레기통을 기웃.. 2023. 12. 16.
불멍. 제가 중학교 들어가던 해, 섭골 작은할머님께서 결혼을 앞둔 큰 누님 예물 이불 꾸미러 시내 장조카 집에 내려오셨습니다. "아이고 작은어머님, 주무시고 내일 올라가셔유!" 라는 어머님 말씀에, "조카 댁, 나도 그러고 싶지만, 돼지 구정물이야 하루 안 줘도 되지만 가이 땜에 안댜. 내가 그눔에 가이 땜에 꼼짝을 못 한다니께. 내자니 혼자 사는 큰집이 너무 썰렁허고 기르자니 한시도 집을 못 비우겠고..." 3박 5일 일정이니 오고 가며 공중에 날리는 시간을 빼면 2박 3일 예정의 첫 해외 여행. 막상 떠나려니 단도리할 집안일이 뭐가 이리 많은지... 베어 놓은 토란대. 다녀와서 하기엔 너무 늦고, 떠나기 전에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작년 김장 소태김치 쏟아 놓은 것 쓰레기로 뒷마무리 하고, 비워 물에 담가 놓았.. 2023. 11. 21.
거기에 내가 있었지. 잡부 마치고 담배 물고 장화를 끌고 뒷골목을 지나오다가, 거기 그때 벚꽃이 날리던 벤치로 자석처럼 끌려갔다. 어머님 투석 마치시기를 기다리며 어쩌다 나와 잠시 하늘을 올려 보던... 그해 더웠던 여름, 그날 세상 떠난 친구와 만나 마지막 담배를 먹었던... 그리고 더 오래전 하늘이 어두웠던 시절, 갈 곳 없는 내가 벤치에 누워 별을 헤던...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며 맛없는 담배를 먹고, 별일 없듯 일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데 생경한 뭐가 얹듯 비친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열과한 여주 빨간 씨앗이 보인다. 장에서 모종 두 개를 사 옥상과 대문 앞 골목 화분에 하나씩 나누어 심었는데, 옥상과 달리 착과가 되지 않아 '나팔꽃과 함께 있으면 수정이 되지 않나 보다' 짐작하고 열매 보기를.. 2023. 9. 16.
★~詩와 音樂~★ [시집 『너의 끈』] 큰일입니다, 가을입니다. / 성봉수 큰일입니다, 가을입니다. / 성봉수 느닷없이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쓸쓸하여진 오늘 자전거에 끌려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당신이 기다리던 길 위를 구르다 당신을 기다리던 길 위에 구르다 벗은 맘이 겸연스러워 누가 볼라 부리나케 돌아왔습니다 앞마당 맨드라미를 안고 턱을 괴었다 커피를 한 잔 하얐구나, 머뭇거렸지만 그것도 염치없어 관두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바람이 이리 아픈 날 당신을 부르지 않고는 너무도 큰 죄를 짓는 것이어요 아, 큰일입니다 그날처럼 가을입니다 201309021531월 ■ 시집『너의 끈』에서■ -이필원 '추억'- '출간 도서/■ 너의 끈' 카테고리의 글 목록 ■ 詩人 성봉수의 방 ■ sbs090607.tistory.com 큰일입니다, 가을입니다 / 성봉수 느닷없이 하늘이 높아지고 바.. 2022. 9. 2.
올 기억, 온 기억, 부른 기억. 그해 봄비 내리던 날. 아버지는 우비를 입고 보도블록을 걷어 낸 마당에 잔디를 심으셨다. "왜 하필이면 비 내리는 날..."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날 날구지를 하시는지 알 수 없기는 퇴근하시는 어머님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거의 어두워져서야 일을 마친 아버지는 입고 있던 흙물 든 우비를 벗어 빨아 널었는데, 말렸다가 비 오는 날 도로 입으면 다 지워질 듯싶은데 왜 그러지는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봄비 내리는 마당에 아버지께서 잔디를 심으시던 그해. 아버지는 시흔 아홉이셨고, 방 안에서 종일 게임을 하던 나는 전역 대기 휴가 중이었던 스물셋의 청년이었다. 아내가 어제 건네 놓고 간 까까를 먹는데, 언제인가 맡아본 냄새다. 언제 어디로 왜 가던 길이었는지 지금은 기억 없는 그때, 잠시 차가 멈춘 곳에서 .. 2022. 3. 18.
☆詩가 된 音樂☆ My Love / Westlife My Love ... 텅 빈 거리, 텅 빈 집 구멍 난 듯 허전한 내 마음 홀로 있는 이 방은 자꾸만 작아져만 가요 ... 어떻게, 왜 그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날들이 우리 함께 불렀던 그 노래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요 ... Westlife 문득문득 당황스럽도록,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찾아오지. 기억은……. 2021. 2. 26.
[詩와 音樂] 세심정에서 / 성봉수 세심정洗心亭에서 / 성봉수 막걸리가 배꼽에 닿이기 전에 어둠은 서둘러 잔에 차는데 건넬 이 없는 술잔을 내려놓아야 물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될까 너와 나의 눈빛은 아직 푸르나 이 가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 귀엣말 같은 달콤한 다짐 부질없노니 모두 씻기리라 201409281754일속리산세심정에서쓰고 201510072559수깁다 독백/김철민 ■ 시집 『 바람 그리기 』에서 ■ 김철민「독백」 성봉수 시인 2년만에 두번째 시집 '바람 그리기' 출간 - 금강일보 입동(立冬) 무렵에 너를 보내네언제고 환하게 웃던과분한 햇살,아름답던 나의 사랑내게 남은 계절 끝입동 무렵에야너를 보내네-‘천수국(千壽菊)’ 전문--------------------------‘... www.ggilbo.com 202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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