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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 / 성봉수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들이 죽음 같은 잠으로 포박해 갔다
신호가 끊긴 단파장의 금속성이 그물을 찢고 의식을 건져 올렸다
환영 같은 어둠의 그림자를 쏟아내는 브라운관을 등지고 담배를 물었다
쿨럭쿨럭
질겅거리며 입장권을 건네주던 노파도 늘 그랬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호크를 풀고 깡통단추도 두어 개 풀었다
롤라신을 단단히 조이면 세상 밖 끝까지 달릴 것 같았다
한 바퀴를 돌자마자
샅 밑이 뿌지직 터져 버렸다
터진 봉지에서 땅콩이 우당탕 굴러 떨어졌다
하얀 목덜미를 훔쳐보며 가슴을 콩닥이던 사랑도,
관습의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생맥주는 이별의 절망만큼이나 시원했다
마른 김 한 봉을 주문했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원수처럼 따귀를 때렸다
빵
빠방 빠방
골목 어귀 어디에선가 자동차의 경보음이 들린다
군더더기 없던 아픔이야말로 진짜 사랑이었다
그때의 푸른 롤라신을 꺼내신고 통속의 탁한 체념 밖으로 달렸다
긴 잠에서 깨어난 후에야
무력감에 빠진 심드렁한 어느 한 날
잊고 있던 헌 동화책을 넘기고 있었음을
무모한 나의 열정은 꽉 끼는 바지가 되어 그녀를 불편하게 하고 말았다
20100520목
■ 시집『너의 끈』에서■
-stars on 45 'Disco_Med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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