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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콩을 삶는다.
불을 지핀 김에 오래된 집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거둬 모두 태웠다.
곰팡이 핀 시래기부터 종이와 나무 부스러기까지.
앵두나무를 휘감고 한 해를 보낸 나팔꽃 덩굴을 훑어 화덕에 집어넣는 순간 떠오른 "꽃씨 한 알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라는 시구.
아...
도교에서는 "화장(火葬)"에 대해, "길지봉덕"도 없지만 "흉지악연"도 없다고 했는데, 타들어 가는 나팔꽃 씨를 바라보며 그 이유가 온전하게 몸에 닿았다.
'그냥 두었더라면 내년 또 후년 봄에... 싹을 돋고 덩굴을 벌고 꽃을 피워 비를 부르고 바람을 그리며 햇살을 맞는 우주의 운행을 세세 해년 이어갔을 텐데, 나로 인해, 이 소각으로 인해 무량한 세월이 담겼을 우주가 끝을 맺는구나!'
그러면서, 불가 스님께서 입적 후에 왜 다비식으로 장례를 모시는지도.
내 손에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 나팔꽃이, 극락토에 머물게 될지 내가 모르는 다른 차원의 우주로 떠나갔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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