훑고 매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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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훑고 매달리다.

by 성봉수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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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박은 이빨 진료 예정일.
 전날 잡부 나가던 아침까지 푸르던 가로의 은행잎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아, 하루 사이에...'

 

 

 


 진료를 마치고 되돌아 나오는데,
 아침부터 불편했던 속 때문에 방앗간에 맘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룻밤에 뒤바뀐 이 계절의 감흥을 그냥 지나치기는 서운하고...

 

 

 


 천변 산책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커피숍에 들렸다가 귀가.




 그리고 사달이 났다.
 사흘째 계속되는 몸살과 복통.
 곰곰 생각하니,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제 잡부 마치고 먹은 점심 갈비탕에 매운 다진 양념을 풀었던 것 하나뿐이었는데...
 잠을 설치도록 이런 통증은 처음 겪어보니 당황스럽다.
 별수 없이 약을 사다 먹었더니, 지난밤엔 조금 나아진 듯도 싶고.
 참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
 "훑고 매달린다."
 한국어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한다.

 




 "삼월이 안부를 여쭤 오신 최 선생님"
 "왜 나를 차단했냐! 라는 선방의 스승님"
 "도대체 무슨 일이야?"라는 걱정과 궁금증을 이렇게 저렇게 전해 오시는...

 

 

 


 블로그를 하지 않으니 모니터 화면에 쌓여가는 이것저것.
 그날 이후 들어가 보지 않은 곳.
 정리를 해야겠는데 귀찮다.


지나고 보니
내 안으로 접고 돌아서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습니다


-詩「오늘, 내 탓이 아니다」에서-

 





 잡부 다녀올 때마다 빨래집게에 매달아 놓은 양말들.
 덕장의 황태 꾸러미와 다를 바 없다.
 오늘 장날.
 말라비틀어져서 먹태가 되기 전에,
 나가서 떨어진 재생 비누 사다가 벅벅 빨아치워야겠고,
 속이 훑건 매달리건,
 커피는 한 잔 먹어야 살것다.

 

 

 

 

 Jessica-인생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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