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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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어둔 便紙

떠나가는 것들.

by 성봉수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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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SNS 보관함에 백업했던 사진을 찾았다. 폰 용량 때문에 사진을 자동 백업시키고 바로바로 지웠는데, 여러 포탈마다 무료 용량도 다 쓴 후 더 이상 백업할 곳이 없어, 그 당시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다른 SNS에 계정을 만들고 필요한 이미지들만 하나하나 올려 두었는데... 그런 SNS 계정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지냈다.
 함께 있던 이미지도 폰에 내려받아 살펴보니, 어머님 떠나시고 『검은 해』 출간할 무렵에 끄적거린 듯싶은데 도통 기억의 조각이 맞춰지지 않는다.

 누구랑 점심 약속이었는지, 책 주문했다는 전주에 계신 분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대평벌(아마도 신도시이지 싶은데...)에 행사가 있었나 본데, 무슨 행사였는지 왜 참석하지 않(못)았는지도 기억이 없다.

 그러고 이틀인가 지나고 나니, 내용은 여전히 기억 없어도 폰 앱 실험하느라 만든 이미지였고, 분명 내 방 어딘가에 올렸던 거라는...

 얼마 전 길에서 마주친 선배.
 "심장 부정맥으로 쓰러져 죽음 목전에서 수술하고 살아났다"는 근황을 듣고, 걱정과 위로의 말을 건네고 헤어졌는데, 이틀인가 지난 후에야 똑같은 이야기를 수술 마치고 병실에서 내게 전화해 이미 나눴다는
 기억이 뒤늦게 야금야금 떠오르니 이거 원, 형이나 나나 처음인 듯 마주 서서 실감 나게 얘기 나눈 생각을 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다음 내 이름 검색에 광고가 붙었다.

다음 검색광고_교보문고 / 202306월

 이런 게 있었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반갑고도 새삼스럽다.
 예전엔 다음도 네이버에도 내 이름에 두서너 군데는 광고가 꼭 따라붙었는데, 그때는 원래 그런 것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그만큼 내 이름을 검색하는 사람이 많았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혀 간 이름이 되어 있었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블로그도 하지 나오는데 왜 광고가 뜬끔없이 붙었을까? 가끔 올리는 유튜브 음악 때문인가?


 하나하나 조각나 사라져 가는 기억들.
 이 퇴화의 현실이 점점 심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블로그 낙서라도 계속 끄적거리든지, 조병화 시인처럼 아침마다 전국 산 높이 암송이라도 해야 하는 건지...
 제발, 벽에 똥칠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철테 안경 마지막으로 썼던 사진.
 쉰도 전이니 돌이켜 젊은 시절이긴 했다만,
 내게 저런 때가 있었나 싶다.

 

 
 202306142613수
 웅산-콜미
 이 노래도 잊고 지내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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