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부는 바람이 매섭다.
꼭, 김장 무렵 같다.
김장하는 날이 하필 추웠던 건지, 추운 날을 골라 김치를 담갔던지 그 무렵의 날씨가 꼭 이랬다.
머플러를 둘러쓴 어머니. 연신 흐르던 당신의 콧물.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그 무렵의 기억 안에 고무장갑 같은 것은 없다.
온 나라가 그런 형편의 세상이었기는 해도 변변한 먹거리가 없었던 시절.
대가족 살림의 겨울나기에서 김장은 필요조건이었겠으나,
두 접, 세 접씩 김치를 담가야 했던 어머니.
그 고단하던 수고가 떠올랐다.
새끼들 걷어 먹이고 앞길 닦아주느라 일생을 희생하신 어머님.
이제 와 생각하니, 맘 편히 손 놓고 지낸 것이 80 평생 중에 몇 해나 되었는지 싶다.
기껏 그 무렵이 되었을 때는 아버님이 떠나셨고 운명하시기 전까지는 병마에 시달리시고...
코로나 시국을 살면서,
'서운해도 이 몹쓸 역병을 겪기 전에 떠나신 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하는데,
내일이면 어머님 4주기.
기일을 앞두고, 당신이 베푼 희생의 일생에 새삼 면목이 없다.
그제 저녁과 어제 아점 먹은 설거지를 하기 전에 식모커피를 타 어항 앞에 앉았는데,
느닷없이 입에서 터져 나온 음악.
'그래, 어항 물부터 갈아주어야겠다.'
물을 갈고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어항 앞에 앉았다가 문득 떠오른,
"조카며느리, 가이 밥 챙겨줘야 해서 올라가야 해"
어쩌다 들린 섭골 작은 할머님께서, 주무시고 올라가시란 어머님 청마다 사양하시던 말씀.
금요일이면 임플란트에 이빨 껍데기를 씌우는 날.
작정하고 있었던 데다가 마침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가 바뀌는 무렵이니 적절한 때이긴한데...
어딘지 모를 곳으로 며칠 훌쩍 길 나서고 나면,
'아침저녁으로 이놈들 밥을 누가 챙겨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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